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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인사이드]원칙과 현실사이 놓인 노사정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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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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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이 최근 실무회담에서 복수노조허용은 2년 반 유예하고 전임자 임금은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7월부터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1월 시행이라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긴 했지만 임기 내 복수노조 허용 시행이라는 명분을 얻었다. 사용자측 대표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당분간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노사불안에서 벗어났고, 타임오프제로 전임자임금 지급의 '원칙적' 금지를 관철해 서로 '윈-윈'한 모양새다.

한국노총 역시 적어도 노조 활동을 위한 재정지원만은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절반은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벌써부터 내년 7월부터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이 금지되는 가운데 보완책으로 마련된 타임오프제의 해석을 놓고 논란이 뜨겁기 때문이다.

타임오프제란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측의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단체교섭, 고충처리, 산업재해 예방 등 노사공통의 이해가 걸린 업무에 종사한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법이론적으로 앞뒤가 맞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더 효율적으로 복수노조의 난립을 막을 수 있다는 이점도 갖고 있다.

또 노조활동의 업무 성격별로 급여지급 여부가 결정되니까 교섭대표권이 없는 노조에게는 교섭도, 고충처리도 할 게 없으므로 전임자가 불필요해진다. 즉 전임자 없는 노조는 곧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타임오프제는 집행체계가 간단하지도 않고, 투명하지도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 대상과 허용시간 등을 단체협약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갈등과 비용이 발생할 소지도 크다.

아울러 '기존의 전임자 외에도 노조업무별 전임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타임오프 성격의 업무 사용시간에 대한 모니터링 방법이 난제'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번에 도입키로 한 타임오프제의 경우 영국과 미국의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두 산별 중심의 나라에서 도입됐다는 점에서 국내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집단교섭 등은 산별 노조에서 하고 노무관리는 기업 노조간부가 하도록 이원화 돼 있다. 따라서 노조 간부가 집단교섭이나 산별교섭 등에 참여하면 노조가 급여를 준다. 반면 국내 노조는 이 두 역할이 혼재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노사정 3자가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에 합의함에 따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을 위한 공은 이제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여야간 입장 차이가 워낙 큰데다, 3자 합의의 정당성 자체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어 국회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여야의 개정안 모두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분간 논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국회 환노위원장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대한상의 등을 포함해 종합적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복수노조 허용은 결사의 자유 보장이라는 대원칙과 글로벌 스탠더드의 수용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시행돼야 할 과제이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또한 노조의 자주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시행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을 수용하면서도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야는 잊어선 안 된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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