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말을 걸어오다. 정보영 개인전 '공간, 숭고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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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2-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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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그리는 작가’ 정보영의 개인전이 지난달 25일부터 16일까지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열리고 있다. 정보영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이미지가 넘치는 현 미술계에서 공간에 주목하는 보기 드문 작가다. 회화가 공간예술임에도 불구하고 공간 자체를 직접 다루는 작가가 드물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작가는 1997년 첫 개인전 이래, 대상물 혹은 사물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 ‘공간'을 표현하는 회화적 실험을 했다.

공간을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 안에 있는 사물이 아니라 공간을 비춰주는 빛이다. 빛이 어떻게 들어오느냐에 따라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천양지차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정소영의 개인전이 사물의 형태나 배치에 의미를 두고 감상했던 다른 전시와 사뭇 다른 이유다. 

   
 
Disappearing 227.3x181.1cm 2008

그의 작품 ‘disappearing’은 텅 빈 건물에 있는 벽과 창뿐이다. 하지만 실내에 은은하게 흐르는 힘 있는 빛줄기는 보는 이에게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또한 다른 작품에서는 무미건조한 화면에 의자나 가구, 촛불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하지만 따듯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 혹은 촛불이 스스로 내는 빛이 그렇게 만든다. 특히 작가는 “초는 불을 밝히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다른 것을 비춰주면서 빛 그 자체에 다가간다.”고 말한다. 이렇듯 정보영은 일상 안에 잃어버렸던 공간과 추억을 되살린다. 

   
 
Belonging-together, 41x31.8cm, oil on canvas, 2009

작가는 이런 작업을 위해 한적한 장소에서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에 담은 후, 화폭에 옮겼다. 같은 장소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각 작품들은 빛에 의해 느낌을 달리한다. 그림 앞에 서있으면 발을 떼기가 어렵다. 정보영이 ‘보여주는 공간’은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림 속의 공간이 이리로 오라고 손짓 하는 것처럼.

정보영의 그림은 이미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5월 홍콩 크리스티에서 열리는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서 추정가의 2배가 넘는 금액에 그의 작품이 낙찰됐다. 그는 세계에서 주목하는 한국의 30대 여류 작가 중 한명이다.

사실 우리는 미술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공간에 주목하지 않는다. 굳이 공간을 본다고 하면, 보이는 것들을 둘러싸는 무엇으로만 인식한다. 정보영은 이런 우리에게 일침을 날린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의 상위에 위치시켜 일상 속 낯선 느낌을 강조한다. 이런 행위는 지루한 일상 속 공간의 다채로운 면면을 들춰내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공간에 대한 표현을 통해 소소한 일상이 특별한 사건 혹은 사연으로 변하는 회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asrada8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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