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권과 정치체제 유지를 위해 시장 경제활동에 종사한 주민들에게 억압적인 형벌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테판 해거드 교수와 미 피터슨연구소 마커스 놀랜드 부소장은 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북한의 억압과 처벌: 수용소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형벌제도가 금지된 상업활동을 단속하는 관리로 하여금 뇌물수수를 용이하게 해 주민들에 대한 혹독한 강탈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체제에 대한 주민 불만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고서는 2004년과 2007년에 개정된 북한 형법에 나타난 경제범죄의 의미를 분석하고, 탈북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내용을 담고 있다.
2004년 북한 형법은 불법적으로 개인이 상행위를 해 대량의 이득을 얻는 경우 최고 2년의 노동단련형을 규정하고 있으며, 돈 또는 물건을 주고 개인에게 일을 시킨 자는 2년 이상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을 규정하고 있다.
2007년 '부칙'에서는 다수의 경제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 일정기간의 형기와 사형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국유재산 절도, 마약거래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극형이 처해지며, 식당, 모텔 또는 상점과 같은 사업의 불법적 운영에 대한 처벌 강화 및 매춘 조직을 운영했을 경우에도 사형이 가능하다.
이어 보고서는 지난해 설문조사결과, 감금된 경험이 있는 응답자 102명 중 13명만이 재판을 받았다고 대답할 정도로 정상적인 법적 절차는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결소에서 일정기간 동안 감금됐던 사람들은 처형(75%), 급식 박탈(100%), 고문과 구타로 인한 사망(50%) 등을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노동훈련소에서는 처형(60%), 급식 박탈(90%), 고문과 구타로 인한 사망 (20%) 등 처벌의 목격 비율이 약간 낮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형벌제도는 주민들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형벌을 피하기 위해 당국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할 수 밖에 없어 약탈적 부패가 촉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체포, 선고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유치, 체포, 감금 등에는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하므로 주민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관리들에게 공공연하게 뇌물을 바치게 된다는 것이다.
형벌경험이 많고 고통스러울수록 이를 피하기 위해 더 큰 대가를 지불할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에 대한 북한당국자들의 강탈은 더욱 쉬워진다.
탈북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이 같은 억압장치와 북한 체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저항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이는 집단행위에 대한 장벽이 높고, 정치적 반대행위가 전혀 허용될 수 없는 '극도의 개체화된 사회(highly atomized society)'의 특성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