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가전업체 TCL(The Creative Life)을 이끌고 있는 리둥성(李東生) 회장은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경영인으로 꼽힌다. 그가 1996년 회장직에 오른 이후 10여년새 TCL은 급속히 사업영역을 넓혔다. 1990년대 초만해도 전화기나 만드는 회사에 불과했던 TCL이 우량 기업으로 변모한 데는 리 회장의 글로벌 마인드가 큰 몫을 했다. 그는 잇따라 외국 기업을 인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기반을 탄탄히 다져왔다.
리 회장은 "개발도상국은 TCL 브랜드로 공략하지만 선진국에서는 현지 브랜드를 인수한다"는 경영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을 인수하며 중국 휴대전화시장에 뛰어들었던 그가 2002년 독일 TV 메이커 슈나이더, 2004년 프랑스 톰슨의 TV 사업부문과 알카텔의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연이어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리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LG필립스와 도시바의 해외영업ㆍ생산 전문가 등 외국인도 두루 기용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4년 리 회장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 25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았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2005년 톰슨과 알카텔에서 인수한 사업부문이 적자를 내자 중국 언론은 일제히 TCL을 해외 진출에 실패한 대표 기업으로 꼽았다.
리 회장은 결국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TCL-알카텔의 휴대폰 사업부문에서 1500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한 것이다. 전체 인력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2006년에는 톰슨으로부터 사들인 TV 사업부문을 매각했고 2007년 들어서는 폴란드 TV 공장을 비롯해 프랑스 지역본사와 판매·마케팅 지사 6곳 등 7개 유럽 사업부문 가운데 5곳을 폐쇄했다.
유럽 사업은 뒷걸음치고 있지만 중국 내수시장에서 TCL는 돋보이는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TV시장 점유율이 세계 9위에 불과했던 TCL은 올 3분기 점유율을 6.6%로 끌어올리며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4위로 올라섰다. 필립스와 파나소닉, 후나이 등 유럽과 일본의 TV명가들도 줄줄이 TLC 뒤로 밀려났다.
물론 이런 비약적 성장은 중국 정부의 가전하향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가전하향정책은 중국 정부가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농촌지역에서 가전 제품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TCL이 중국 광둥성 선전시 당국과 새로운 LCD 공장 설립을 위해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TV시장인 중국에 대한 TCL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5년 내에 전 세계 TV·휴대폰시장에서 매출 기준 세계 5위가 되겠다"는 게 리 회장의 중장기 비전이다. 그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를 볼 셈이다.
리 회장은 2004년 '롱후(龍虎)'계획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한 바 있다. 내년까지 매출 1500억 위안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TCL은 내년에 한국시장에도 진출한다. 이로써 한국 가전시장에서는 하이얼과 하이센스, TCL 등 중국 3대 가전사가 모여 경쟁하게 됐다. TCL은 이미 서울 논현동에 한국사무소를 개설하고 대형 오프라인 유통채널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온라인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홈페이지 개설작업도 진행 중이다.
내년 중반부터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후원사 자격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펼쳐 한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방침이다. TCL은 한국시장 진출 원년인 내년에는 매출 300억원, 5년 내에는 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1981년 설립된 TCL은 전 세계에 18곳에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있다. 또 20곳의 생산기지, 40여곳의 해외지사를 운영하며 디지털TV와 휴대전화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주경제= 홍해연 기자 shjha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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