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을 막으려는 외환당국과 '바이 코리아'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의 연말 환율 전쟁이 거셀 전망이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과 채권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원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고, 연말 국내 수출기업들의 대금결제가 몰려있어 환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외환당국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달러 환율 마지노선 1150원을 지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 환율 하락 주도하는 '바이 코리아'
올 2분기부터 환율 하락을 주도해 온 외국인들은 앞으로도 국내 주식과 채권 등을 지속적으로 매입할 것으로 보여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8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일 1183.4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7일 현재 1152.90원으로 한달새 31.50원 급락했다.
국내 증시가 '두바이 쇼크'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음에도 이 기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2조9533억원을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의 채권 매수세도 환율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11월 말 현재 외국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22조800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49조원(통화안정채권 38조, 국채 11조2000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 1994년 자본시장개방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현재로서는 외국인의 매수우위가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 환율 하락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환율이 떨어지는 힘이 강해 추세적으로 1150원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두바이 사태와 같은 악재가 터지지 않는 이상 내년 2~3월에는 1100원선까지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달에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연말 대금결제 수요가 몰려있어 달러의 추가 유입으로 환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국내 경상수지는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며 사상 최대인 40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5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달러화 약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 당국 "환율 하락, 좌시하지 않겠다"
연말 환율 하락 가능성이 커지며 정부와 한은 등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외환시장 개입이 예상된다.
외환당국은 환율 개입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1150원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지속적인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말 환율이 다음 1년간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환율 변동에 발빠르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외환전문가는 "여전히 달러 약세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의 1150원대 하향돌파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다만 당국의 개입의지가 높아 강도와 방법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두현 외환은행 선임딜러도 "환율의 하락에 예상되고 있지만 당국의 관리 의지가 살아있어 일단은 1150원 선은 지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은 외환시장팀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150원선에서 오랜 기간 잠겨 있어 시장이 당국의 기조를 1150원이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현재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고 경기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어 버냉키 의장의 말대로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초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경우 환율의 하향 안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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