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가전제품과 식료품 등 주요 품목의 물가가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2%대에 머물고 있지만, 일부 품목에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에 철강, 금, 구리, 원자재, 유가가 상승해 자동차, 가전제품, 건설, 항공, 식료품, 소주, 전기 등의 가격이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월 휘발유 값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7% 상승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의 내림세가 오름세로 뒤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석유류 가격도 작년 동월 대비 1.9% 올랐다.
지난 1월 배럴당 40달러 안팎까지 떨어졌던 원유 도입단가는 10월 배럴당 69.6달러를 거쳐 지난달에는 74.2달러로 연중 최고치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국제선 항공요금의 유류할증료가 내년 1월부터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과 2월 방콕과 싱가포르, 상하이,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은 왕복기준 8달러가량이,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지역은 왕복 18달러가량이 더 붙을 전망이다.
핵심 원자재인 구리(동)와 알루미늄, 원당 가격도 뛰고 있다.
구리 가격은 t당 7100달러 안팎으로 올라 지난해 연말보다 130% 넘게 상승했다. 알루미늄도 지난해 연말보다 40% 올랐다.
식료품 물가에 영향을 주는 원당 가격은 이달 들어 한때 파운드당 23달러선을 넘어서는 등 지난해 연말 대비 90% 이상 올랐다.
설탕 값이 뛰면 빵, 과자, 아이스크림 값이 불안해 진다.
내년 설탕 가격도 인도의 생산 감소로 29년 만에 최대치인 39%나 급등할 것으로 보여 주요 식료품 물가도 요동칠 전망이다.
내년에는 철강 가격도 올라 이와 연관된 자동차, 건설, 가전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할 예정이다.
수급불균형으로 철강업체들이 올해 t당 65달러에 철광석을 구입했으나 내년 4월께는 t당 70~75달러에 사들여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중에 전력 소모가 많은 품목에 대해 5%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됨에 따라 대용량 TV, 에어컨, 드럼세탁기 가격이 오른다.
각종 보험료도 인상된다. 정비수가 인상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으로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고, 건강보험료는 내년 1월부터 4.9% 인상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과 같은 연금도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신종 플루 확산으로 손 세정제와 살균제 제조에 소주의 알코올 성분인 주정이 대거 쓰여 내년 주정 값 인상이 예상됨에 따라 소주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전기요금과 내년부터 계절과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요금 차등화가 추진되는 가스요금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가 인상의 여파로 시내버스 요금과 택시요금, 지하철 요금도 다시 인상 압박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인상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일정 수준의 물가상승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전반적인 흐름을 볼 때 올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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