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있었는데 제한속도 30km 구간에서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치고 말았다. 친구가 85km로 과속을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현장의 목격자는 아무도 없었다. 친구는 구속되었고 그의 변호사가 만약, 당신이 법정에서 친구가 30km 속도를 지키면서 운전을 하고 있었다고 증언을 해준다면 친구가 중대한 벌을 면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질문은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였다. 응답자는 ‘사실대로 증언하겠다’와 ‘친한 친구를 위하여 거짓 증언을 하겠다’중 하나에 응답해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 캐나다, 미국,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 서독, 영국 등, 선진국 사람들은 90% 이상이 사실대로, 즉 상황에 관계없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나 원칙을 따라 사실대로 말하겠다는 원칙주의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의 동양권에서는 거짓 증언, 즉 상황에 따라 주관적이고 현실적으로 행동을 바꾸겠다는 현실주의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현실주의자의 비율이 74%로 동양권에서도 가장 높았다고 한다.
실제로 기자의 주변에서도 대다수는 ‘이왕 일어난 사고, 친구나 살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답을
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친구를 위해 거짓말을 하겠다’는 현실주의자들의 답변은 명백한 위증으로 불법이며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다.
실제로 이같은 현실주의자들은 조직에서 강조하는 기본이나 원칙을 따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자기 주관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낳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 기업인들 중에서도 이러한 현실주의적인 처세관을 가진 이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들은 기본과 원칙을 번거롭고 귀찮은 무엇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기업인들에게 ‘존슨앤존슨’의 사례는 기본과 원칙이 왜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존슨앤존슨이 판매하던 진통제 타이레놀에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투입돼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은 1970년대에 개발돼 당시 회사 총매출의 7%, 순이익의 17%를 차지하는 주력상품이었다.
존슨앤존슨은 회사의 윤리강령인 ‘우리의 신조’에 따라 즉각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타이레놀 제품을 절대 먹지 말도록 대대적인 홍보를 전개했다. 급기야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독극물이 주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범인에게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이미 배포된 타이레놀을 전량 수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존슨앤존슨은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시장점유율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공중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기업 윤리강령에 따른 결정이 신뢰를 얻어, 3년 만에 다시 시장점유율을 회복했다.
결국 타이레놀은 현재까지 미국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해열진통제로 살아남았고 세계적으로 연간 1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이 되었다.
만약 회사의 피해를 줄이려고 진실은 은폐했다면 존슨앤존슨은 신뢰를 잃어 기업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웠을지도 모른다.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기업을 살린 것이다.
삼성전자, GM대우 등 최근 국내 기업들중에서 제품의 품질문제로 자발적 리콜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성공한 기업이나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기본과 원칙에 충실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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