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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2009년 금융 및 실물지표의 인상적인 회복과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 예상함에도 2010년 경기흐름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조심스러운(또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수치들은 2009년보다 상당히 개선된 수치를 보여줄 것이나, 이러한 수치만큼 실제 경기흐름이 안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흐름도 4분기는 매우 높은 성장률이 나오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하락하는 전형적인 ‘상고하저’의 패턴을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 즉, 2010년 경제는 2011년까지 진행되는 추세에 비중을 두고 가늠해야 할 것이다.
2010년 경기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하는 이유는 수면 이래에 있으나 여전히 끝나지 않은 글로벌 금융위기 불씨, 글로벌 불균형이라는 딜레마, 추세적인 성장을 이끌기는 부족한 성장 동인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점과 재정정책 축소, 통화정책 변경, 유가 등의 순환적인 요인들이 성장률을 직접적으로 잠식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2008년 말이나 2009년 초와 같은 극심한 공포는 표면적으로 사라졌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 볼 수 있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 미국 중소기업대출은행 CIT의 파산신청이나 두바이 사태 등은 금융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반증이다. 진행 중인 금융위기는 금융기관들의 신용창출능력이 회복되는 것을 가로 막고 경제주체들을 예민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최근 조금씩 회복의 싹을 틔우던 설비투자도 탄력을 받기 어렵게 되고 고용 역시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힘들게 된다. 경제주체들을 예민하게 만든다는 것은 경제 이슈에 대한 주가 등 가격 변수의 변동성 증가로 나타나게 된다. 결국 경제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책변화나 가격변수 문제도 고려해 보아야 할 내용이다. 2010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은 추가적인 확장보다는 균형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2009년 우리나라 성장률에서 재정에 의한 효과는 1.5%포인트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추가적인 재정투입이 어렵다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2009년 1.5%를 기여했던 성장 동인 하나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경기가 회복되면 당연히 그 기대를 바탕으로 원유가격이나 원화가치 등 가격변수가 상승한다. 이들 가격변수의 상승은 비용의 증가나 경쟁력 약화 등을 통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물론 각 변수별로 임계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임계치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는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음을 의미하며 금융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투자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불안감의 상승과도 궤를 같이한다.
2008년 말 바라본 2009년에 비해 2009년 말 바라보는 2010년 경제가 훨씬 편안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요인이 잔존해 있고 정책적 불확실성도 높은 것 역시 사실이다. 지나친 비관도 문제겠지만 지나친 낙관 역시 자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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