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프라자호텔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컨퍼런스'에서는 포스코를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이타적인 상생협력 채널을 구성해 한국형 강소기업 모델을 정립한 공로를 높이 산 것.
포스코가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제치고 '글로벌 경제'의 모범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국제경제 리더들은 정준양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을 꼽았다.
정 회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임명된 시기는 산업의 '쌀'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철강산업이 글로벌 금융부실의 직격탄을 맞은 때다.
여기에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역행하는 산업 특성상 화려했던 스타에서 천덕꾸러기로 몰락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부지불식간에 파고든 두려움이 기업의 생존마저 위태롭게 하는 이른바 '대참사'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 회장은 경기침체를 혁신과 변화의 촉매제로 판단했다. 창사 이래 첫 대규모 감산하는 환경 속에서도 조직 내부를 어루만지기 위한 노력에 힘썼다. 포스코그룹 정보공유 포털사이트에 CEO블로그를 개설해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갔다.
취임 이후 첫 근무지로 선택한 곳이 울산의 현대중공업 LNG선 건조현장 이었다는 점은 경영의 중심을 협력사의 '현장'에 뒀다는 것을 시사한다.
협력사와의 상생경영 다짐도 진일보했다. 73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협력사의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직원훈련 컨소시엄을 통해 혁신 컨설팅을 지원했다.
포스코와 포스텍, RIST 등 7개 기관의 박사급 전문인력을 활용해 맞춤형 기술지원을 벌이는 '테크노 파트너십'도 추진하고 있다.
누구나 공감하는 어려운 시기인지라, 나 하나 살아가기 위한 활로 찾기에도 분주할 터. 협력사와의 상생을 100년 기업의 토대로 삼고 실천에 옮기는 리더의 의지가 불황 속에서 더 빛을 발한 셈이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좋은 선례를 만든 근간에는 협력사가 바라는 진정한 상생이 어떤 것일지 고민하는 CEO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컨퍼런스 참석자의 발언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불황 파고는 여전하다. 정준양호(號)가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하다.
"40년을 산 솔개가 헌 부리를 돌에 부딪혀 떼어낸 뒤, 새 부리를 나게 해 새롭게 30년을 산다"고 말했던 정 회장. 위기 이후에 도래할 기회를 위해 속도를 줄이고, 자세를 낮추며 체력을 비축해 온 그의 리더십이 또 한번 '기적'을 일궈낼 지 주목해 본다.
아주경제=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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