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선박, '조선-해운 딜레마' 대안으로 떠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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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2-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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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 선박을 그린선박으로 변경 시 선박공급 줄어, 해운선사 만족
-조선사도 발주 취소라는 최악상황 피할 수 있어
-정부 지원 및 금융권 협조가 필수

조선업과 해운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반 부진에 빠졌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물동량 급감으로 해운 시황이 악화되면서 해운선사들이 신규 발주를 거의 하지 않아, 조선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해운선사들에 가장 절박한 것은 선박 과잉의 해소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발주한 선박에 대한 해운선사들의 인도 연기 및 취소 요청을 조선사들이 받아들여야만 한다. 조선사들도 신규 선박 수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해운선사들의 요구를 무작정 받아줄 수는 없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딜레마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해결책으로 '그린선박'이 떠오르고 있다. 그린선박은 기존의 화석연료 사용을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되는 신개념 친환경 고효율 선박.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황분석센터장은 "이미 건조하는 있는 선박을 녹색선박을 전환하면 공급여건을 개선할 수 있음은 물론 조선 부문 발전도 모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건조하고 있는 선박을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는 그린선박으로 바꿀 경우, 건조 기간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인도 연기가 이뤄져 선박공급량이 준다는 것이다.

또한 조선사들도 발주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녹색선박 기술을 주도할 수도 있어 향후 호황기에 대비할 수 있다.

실제로 그린선박에는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된다. 우선 선체 내외부에 태양광 발전모듈, 풍력발전기 및 발전설비 등 신재생 에너지 설비가 탑재된다.

또한 선체표면의 마찰저항을 줄이기 위해 최적 선형설계 기술도 적용되며, 엔진 폐열을 회수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폐열회수시스템도 설치된다. 이 밖에 디젤유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도 선박에 실린다.

현재 국내외 관련 기관 및 기업들은 그린선박 기술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한국선급은 에너지 환경 사업단을 신설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7년에 인도한 '아문센 스피릿'(Amundsen Spirit)호에 이미 그린선박 기술을 적용했다. STX조선해양도 최근 연료비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선박을 선보였다.

외국은 해운선사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선사인 MOL은 최근 탄소배출량을 41%가량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의 디자인 콘셉트를 공개했다. NYK도 '수퍼 에코(Super Eco) 203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하는 난관도 많다. 정부의 적극적인 기술개발(R&D) 지원 및 금융권의 협조가 그것.

국내 컨테이너 선사 관계자는 "기존 발주 선박을 그린선박으로 변경할 경우 선가가 오를 수 있어 지금 같은 시황에서 선뜻 변경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해, 금융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사들은 기술개발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그린선박 기술 개발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관 KMI 해양물류연구부장은 "그린선박은 분명히 현재 딜레마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뒤 "무엇보다도 정부 및 금융권, 조선사, 해운선사들의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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