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두바이에 이은 그리스발 악재가 국내 증시에 단기적인 조정 재료가 될 것이라면서도 작년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비교해 파괴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9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두바이에 이은 그리스발 악재로 12.13포인트(0.75%) 내린 1615.65로 출발해 한때 1%가 넘는 낙폭을 기록하며 1610선을 내주기도 했다.
이후 프로그램 매수세 증가로 낙폭을 만회하며 전날보다 6.39포인트(0.39%) 오른 1634.17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가 그리스 장기 국채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BBB+로 하향조정한데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키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전일 그리스 증시도 6% 이상 하락했다. 유로화 역시 한때 11월초 이후 처음으로 1.46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유로화 약세가 진행 중이다.
박희찬 미래에셋 이코노미스트는 “아직은 선진국 단기금리가 안정적인 상황이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과 같은 선진국과 일본 등으로 불안 기류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게다가 두바이월드 자회사로 세계 최대 인공섬인 ‘팜 주메이라’를 건설 중인 나킬이 올 상반기에 36억50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을 더디게 만들 것이란 전망도 악재로 작용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두바이, 그리스발 악재가 작년 금융위기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데다 선진국 경기회복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국내 증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기 회복 기대 속에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부 국가의 금융 불안이 글로벌 금융 전체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벗어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 정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히려 그는 주가지수 조정이 과도하면 저가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달러화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일부 국가의 금융불안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준기 SK증권 투자정보팀장도 “신용위기의 재발이 아니라 위기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미국 경기의 방향타가 될 소비 지표나 연말 특수가 기대보다 못할 때 파괴력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주말 발표될 미국의 소매판매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경기 회복 속도 둔화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재차 제기되면 그리스, 두바이 리스크와 맞물려 조정의 폭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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