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 선언에 이어 그리스 국채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정확장 정책으로 경기침체에 맞서온 각국 정부의 국가 부채는 최근 2~3년새 평균 86% 늘었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취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의 우려를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국가 채무 디폴트는 전이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리스 사태가 두바이나 아일랜드, 동유럽 등 재정적자 규모가 큰 국가들의 연쇄 부도 전주곡이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따르면 아일랜드와 헝가리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각각 지난해 44.1% 72.9%에서 오는 2011년 96.2%, 79.1%로 급등할 전망이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 영문판은 이날 "그리스가 유럽연합(EU)에 가장 큰 위협으로 부상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사태는 매우 치명적"이라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투기세력이 재정적자 규모가 큰 다른 유럽 국가들의 재정 건정성을 시험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유럽의 단일 통화 체계는 붕괴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파급력 탓에 EU가 그리스의 붕괴를 두고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그리스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유동성 공급이 촉발하게 될 인플레이션이 더 큰 위협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어떤 상황이든 그리스가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영국도 국가 부채의 덫에 걸려 있다. 지난달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7조 달러를 넘어섰다. 내년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98%에 육박할 전망이다. 영국의 국가부채도 올해 GDP의 75%에서 내년 89%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무디스는 이날 미국과 영국이 재정적자를 해소하지 못하면 국가신용등급 '트리플A(AAA)' 내줘야 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미국과 영국을 등급 변동 위험이 없는 국가군에서 제외시켰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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