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의 연말은 일년 중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지난 일년 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해 사업계획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서에는 새해 목표 실적이 담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숫자로 빼곡히 들어찬 사업계획서는 목표 성과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없다. 사업계획서는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의미 없는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을 보여주고 기준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루크 존슨은 9일(현지시간)자 칼럼에서 사업계획서를 '새해결심'에 비유하며 계획서를 짤 때는 새해의 기업 목표를 먼저 제시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으라고 조언했다.
사업계획서는 보통 수치를 제시한 후 목표를 서술한다. 하지만 존슨은 순서를 바꿔 '꿈'을 먼저 보여주라고 강조했다. 터무니 없는 환상보다는 긍정의 힘을 불어 넣어주는 목표를 제시할 때 비로소 냉혹한 수치의 한계를 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예산심의 과정은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조심스럽게 기대치를 낮춘 목표로는 구성원들이 전력을 다할 동기를 부여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완벽을 추구하며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강요하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존슨은 안정성과 수익성 사이에 적절한 선을 긋는 것이 곧 '경영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계 경제를 헤쳐 나가려면 새해 사업계획서에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공식화된 문서를 통해서만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이나 전략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동적인 연설도 임직원들에게 동기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사업계획서처럼 기업활동의 좌표가 되는 자료는 일상 속에서 직원들에게 강력한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존슨은 설명했다.
그는 다만 사업계획서에 미리 세워둔 목표는 닥친 상황에서 추구해야 하는 목표와는 동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과거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목적지에 대한 기대감이 여행의 맛인 것처럼 기업이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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