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ㆍ하나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카드사업 부문을 분리해 금융지주사내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침묵'을 지키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계열 은행의 카드사업 부문을 분리해 독자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2일 하나카드를 자본금 3000억원 규모로 공식 출범하고 향후 5년 내에 회원수 1000만명, 시장점유율 12%의 국내 3대 카드사로 성장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그룹 순이익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계열사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농협도 카드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달 16일 독자 카드브랜드인 'NH채움카드'를 출시하고 자체 전산시스템과 전략 가맹점을 모집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은행계 카드 중 가장 큰 국민은행의 KB카드도 머지 않아 은행서 분리돼 금융지주사 산하로 편입될 전망이다. 지난 9일 최인규 KB금융 부사장은 "카드 사업 분사를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에 논의를 더 구체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적극적인 카드 분사 및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공격적인 수익 창출과 독자적인 마케팅,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신한카드. 지난 2002년 신한은행서 분리된 뒤 2006년과 2007년 조흥은행 카드사업 부문과 LG카드를 흡수한 뒤 적극적인 마케팅과 상품발굴 등을 통해 전체 시장 점유율 30%를 넘는 국내 최대 카드사로 자리매김했다.
신한카드는 올 들어 금융위기 속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며 그룹내 맏형인 신한은행 매출을 2분기 연속 뛰어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계 카드 중 2번째로 큰 우리은행은 속수무책이다.
지난달 24일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의 지분 7%를 블록딜 형태로 매각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에 페달을 밟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보가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카드사업 부문을 독립시킬 수 있겠느냐"면서 "우리금융으로서는 큰 사업을 벌였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대주주가 민영화 작업을 벌이는 바람에 다른 은행들의 질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또 최근 보고펀드가 비씨카드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은행들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지만 우리은행만은 꼭 쥐고 있다. 우리은행(27.65%)은 보고펀드(30.68%)에 이어 비씨카드의 지분을 두번째로 많이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카드 결제에 대한 자체 전산망이 없어 비씨카드를 놓칠 수 없으며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비씨카드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고득관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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