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를 추진하는 회사가 국외에 소재한 자회사로 공시 의무는 없지만 올 들어 무려 세 곳의 해외 광고회사를 인수하면서도 그 내역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지난 3일 외국계 광고회사인 TGB(The Barbarian Group)를 인수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TGB의 개요와 해외 광고주 확보란 배경은 공개했지만 핵심사안인 인수금액과 지분비율, 자문사와 같은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 중 인수금액은 현지 언론의 보도로 최소 120억원이란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 역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긴 힘든 상황이다.
TBG에 대한 가치평가의 근거로 판단 가능한 거래 광고주의 취급고(광고비 총액)와 대행수수료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100%지분이 아닌 경영권이 포함된 일부 지분을 인수했다는 점, 주관사 없이 현지 미주법인이 자체적으로 인수 작업을 이끌었다는 것 정도다.
제일기획 측 역시 인수상대 측과의 약속으로 인해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 역시 강제할 순 없단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측은 인수주체가 제일기획이 아닌 미주 법인이기 때문에 공시 의무는 없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일기획의 자회사라면 법적으로 다른 회사이기 때문에 자회사가 추진한 M&A까지 모회사(제일기획)가 공시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설사 제일기획 한국 본사가 직접 인수를 했다 해도 취득 가액이 자기자본의 10%이하면 해당 내용의 공개 여부는 제일기획의 자유"라고 밝혔다.
실제 TBG를 인수한 제일기획 미주법인의 경우 자산규모는 760억원이며 지난해 매출액 2415억원, 당기순이익 63억원을 기록한 제일기획의 100%(주식 1주) 자회사다.
그러나 업계에선 제일기획인 시가총액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광고회사인 만큼 투자자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라도 구체적 사안을 알려야 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 제일기획은 자율공시(계열회사 변동)를 통해 해당 내용을 시장에서 알릴 수도 있다.
게다가 제일기획은 M&A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제일기획 영국법인(CCE)을 통해 영국 광고회사인 BMB(Beattie McGuinness Bungay)를 인수했지만 공시를 통해 49%지분 인수를 밝힌 것이 전부다.
이 외에도 중국 광고회사를 사들였지만 국내 언론과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회사 이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제일기획 입장에서는 공시 규정을 최대한 이용한 셈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매입 가격을 공개함으로써 인수금액에 대한 논쟁의 소지를 굳이 남길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인수금액 등을 공개한다면 향후 인수가격 책정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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