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인 이상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이상적인 세계가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 매일 눈앞에서 이상적인 세계를 보았다. 바로 자개장 속의 그림들이었다.”
‘생활전통을 회화로 옮기는 작가’ 주용범의 개인전 ‘에덴의 서쪽’이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소격동 빛 갤러리서 개최된다. 일단 작가의 이름이 생소하다. 왜냐하면 이번 전시가 그의 첫 개인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작품은 첫 개인전을 갖는 신인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의문은 7년간 현장에서 전시기획자로 활약한 그의 이력을 듣게 되면 금새 풀린다. 날카로운 비평가의 안목, 감상자의 마음, 작가의 눈을 두루 갖춘 주용범의 전시는 이렇게 세간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주용범 作 70x36.5㎝ '꽃눈' |
이력만이 특별한 게 아니다. 그의 작품세계 또한 그렇다. 주용범의 그림을 보면 10~20대의 관객은 그저 검은 바탕의 한국형 유채 회화로만 볼 것이다. 하지만 30대이상의 관객은 한눈에 알아 볼 것이다. 바로 자개장, 나전칠기 등에서 보았던 그림이라는 것을. 작가는 “대중과 소통하면서 세계화를 추구하고 싶었다. 그 하나의 방법이 바로 우리 생활에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그림중에서도 어떠한 곳보다 평화로운 이상세계를 추구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에 주목했다.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도 자개장의 그것과 비슷하다. 가까이서 보면 울룩불룩 튀어나와 조각으로 이어붙인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작가는 “자개장의 제작방식을 많이 차용했다. 하지만 자개장에서의 색은 거의 은색으로 한정된다. 재료에 작품이 묶이는 것을 원치 않아 알록달록한 색을 넣어 나만의 특징을 살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림 속 부감을 나타 내기위해 하나하나 잘라 붙이고, 칠하는 작업을 위해 작가는 하루 14시간 이상의 작업을 강행했다. 이렇게 주용범은 첫 전시회에 대한 부담감을 고된 작업으로 승화시킴으로써 떨쳐냈다.
주용범 作 36.5×70㎝ '산책' |
그의 작품 ‘꽃 폭포’를 보면 화려한 꽃들이 모여들어 달이 되고 흩어져 날리다 폭포처럼 흐르는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어린 시절 자개장에서 발견했던 이상세계다. 그림 앞에서 우리는 그림이 뿜는 온기를 느끼며, 힘든 상황속에서도 희망을 발견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작가는 “성경에서 나오는 에덴의 동쪽은 카인이 죄를 짓고 향한 곳이다. 바로 인간사의 갈등과 분쟁을 의미한다. 나는 그와 반대인 에덴의 서쪽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통해 모든 생명의 화합과 평화를 그리고 싶었다”며 전시회 이름의 의미를 설명했다.
주용범 作 '꽃 폭포' |
에덴의 동쪽에 머물러 세상의 풍파에 지치고 힘든 우리. 이번 전시를 기회삼아 ‘에덴의 서쪽’을 바라보며아련한 기억과 더불어 평온한 마음을 갖는 것은 어떨까. 문의 720-2250.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asrada8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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