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인재듀오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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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2-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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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 중심의 일인지배체제가 저물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조사업체인 코퍼레이트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회장과 CEO를 구분하고 있는 곳은 지난 2002년 22%에서 최근 37%로 늘었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기업들은 모두 회장과 CEO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고 영국 기업의 79%도 외부에서 회장을 영입하고 있다. 

기업경영을 한 명의 CEO에게 전적으로 맡기기 보다는 최고운영책임자(COO)나 회장(Chairman)과 짝을 맞춰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CEO에게 지나치게 과중한 책임을 주기보다는 역할을 나누는 것이 경영실적이나 주주 이익에 이롭다는 인식이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 CEO-COO 쌍두마차 시대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기업성장의 필수조건"이라는 연재칼럼을 통해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 CEO와 COO가 콤비를 이뤄 기업의 안팎을 지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CEO가 모험과 위기를 즐기며 대외활동을 통해 사업영역을 넓힌다며 COO는 기업 활동을 계획하고 통제하며 안방주인 역할을 수행해 상호보완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CEO가 외조하는 남편이라면 COO는 내조하는 아내라고 비즈니스위크는 비유했다.

일례로 혁신의 대명사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CEO에게 톰 쿡 COO가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옆에는 스티브 발머가 지키고 있다. 이외에도 시스코, 나이키, 스타벅스 등 다양한 기업들이 짝을 맞춘 리더들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체계화하고 있다.

이러한 외조와 내조의 리더십은 인도의 정보기술(IT)아웃소싱업체인 HCL테크놀로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비닛 나야르 HCL테크놀로지 CEO는 "내가 고객이나 업계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면 마난트 쿱타COO는 연구개발(R&D)분야의 경험을 백분활용해 최신기술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에 역점을 둔다"고 말했다. 

심지어 서로 다른 부서원과 짝을 맞춰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시하기도 한다. HCL테크놀로지는 짝을 맞춘 팀별 운영을 통해 업무효율성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휴잇어소시엇츠가 선정한 '일하고 싶은 아시아 기업 톱 30'에 뽑히기도 했다.

△ 회장-CEO 역할 나누기 확산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많은 기업 대표와 투자자,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장 겸 CEO의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장과 CEO를 따로 두는 것을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상장 조건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렇게 회장과 CEO 역할 나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주주 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

의결권 자문사인 리스크메트릭스그룹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기업 주주총회에서 독립적인 이사회 회장 영입을 요구하는 결의안만 39건이 제출됐다. 지난 한해 제출됐던 것보다 5건이나 많다.

또 지난 2002년 이후 10개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과반수 찬성을 얻었다. 미국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WAMU)의 경우 지난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했고 이사회는 케리 킬링거 당시 회장 겸 CEO의 회장직을 박탈했다. 그는 같은해 9월 회사가 JP모건에 인수되기 직전 CEO직에서도 물러났다.

회장과 CEO로 이뤄진 '투톱' 체제를 지지하는 이들은 이같은 구조가 경영실적과 주주 이익 실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코퍼레이트라이브러리는 회장 겸 CEO가 지배하는 기업은 임원들의 임기가 길고 이사회가 불규칙적으로 열리는 데다 이사진도 CEO의 입맛에 맞게 구성돼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존의 기업지배구조를 옹호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이들은 CEO와 회장의 역할이 분리되는 경우, 특히 사외 이사 등 외부 인사가 회장직에 오르면 권력 다툼이 일어나 임직원들이 혼란에 빠지기 쉽다고 주장한다. 인력관리업체인 콘/페리인터내셔널의 데니스 캐어리는 "대부분의 CEO들은 일인자의 지배 체제를 선호하기 때문에 회사 이사회도 직접 주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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