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100년 넘게 기억되고 있거나 기억될 훌륭한 원작 스토리라는 점이다. 잘 만든 이야기는 100년을 넘어 1000년 동안 세계인의 머리와 가슴 속에 기억되는 법이다. 이런 이야기를 우리는 원작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런 원작이 있는가를 고민해보자. 세계인 모두가 100년 넘게 기억하는 대한민국의 원작 스토리, 과연 현존하고 있을까? 있다면 찾아서 키우고, 없다면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기술을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스토리텔링의 정의는 매우 다양하지만,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이야기를 만드는 기술만을 뜻하는 용어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해서,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뜻하는 ‘Story Making’과 ‘Story Telling’이 결합된 융합어다. 결국 스토리텔링의 정의 속에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만큼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진의가 숨어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하면 다 스토리텔링일까?
두 가지 이야기를 해보겠다. 어떤 이야기를 사고 싶은지 스스로 판단해 보자.
첫 번째 이야기, “성춘향과 이몽룡은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되고, 이후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두 번째 이야기. “기생의 딸인 성춘향과 사또의 아들인 이몽룡은 서로 사랑했지만 신관 사또 변학도의 방해로 큰 위기에 빠진다.”
자 어떤가? 둘 모두 같은 이야기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 더 흥미가 가지 않는가? 그 이유는 바로 이야기 가치(Story Value) 때문이다. 바로 이 가치가 스토리텔링의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럼 두 번째 이야기에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첫째, 신분의 차이를 극복한 사랑이라는 패턴이다. 둘째는 삼각관계다. 이 두 요소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한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 패턴이다. 이러한 패턴들이 결합될 때, 평범한 이야기에 가치가 부여된다. 그런 가치가 잘 조합된 이야기에만 100년 감동의 원작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그럼 우리는 과연 100년 감동을 만드는 이런 방법을 얼마나 연구했고, 얼마나 공부했을까? 이런 연구가 과연 스토리텔러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집단지성이 없는 스토리텔링, 바로 우리 이야기산업의 현주소다.
서두에 스토리텔링은 창작과 전달이 결합된 용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가치가 있어야 좋은 원작이 될 자격도 주어진다고 말했다. 그럼 이렇게만 하면 모든 스토리텔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다. 아직 만들어진 이야기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60억 세계인의 머리와 가슴 속에 어떻게 이야기를 새겨 넣을 것인가의 문제는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일만큼이나 어렵고 중요하다. 그 전달의 기술에 있어 우리의 수준은 아직도 매우 낮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는 불법 다운로드의 문제와 스타에 의존한 해외수출, 입으로는 ‘One Source Multi Use’를 외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거래풍토 등이 그 이유다.
이야기의 가치, 특히 원작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풍토 속에서 스토리텔링의 양대 축의 하나인 전달이라는 기둥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300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4억 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해리포터의 조앤 롤링은 현재 2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저작권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 작품의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보상 될 때 스토리텔링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자본주의시대에 만들어진 문화의 시대에는 팔리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 이유가 없다. 하지만 모두가 전달의 기술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좋은 이야기의 전달을 위한 경제적 가치를 존중하는 인식의 전환, 나아가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김우정/ 문화기업 풍류일가 대표©'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