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예대율 규제 부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여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은행 수익성에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영세소상공인ㆍ중소기업 등 금융소외계층의 자금사정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무리한 영업경쟁과 외형확장을 제한하기 위해 지난 1998년 말 폐지했던 예대율 규제를 부활시킬 계획이다.
예대율은 은행의 대출금을 대출재원인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로 이 수치가 100%를 넘으면 은행이 예수금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에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06년 말 기준 95.6%였던 국내 은행들의 예대율은 2007년 들어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며 104.4%까지 치솟았다. 이후 꾸준히 100%를 웃돌다가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건전성 강화에 나서며 최근 90%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당국은 은행들이 예수금을 넘어서는 규모의 대출을 벌인 것이 결국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 됐다고 판단하고 이를 규제해 금융안정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금감권 관계자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 우량대출을 중심으로 다시 외형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이를 억제할만한 제어장치 차원으로 예대율 규제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로 내년 은행권의 수신 유지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개선을 제한할 전망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11월 대출 증가율은 4.7%를 기록해 전월의 4.9%에서 0.2%포인트 하락했다"면서 "이는 지난 2008년 7월 전년 대비 16.1% 증가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를 보완하던 대기업 대출 증가세가 회사채 시장 회복으로 올들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들어 상반기 회복세를 보이던 가계주택대출의 증가세가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다시 약화되고 있는 것도 대출 증가율 하락의 배경이라는 평가다.
대출 성장은 하향 추세인 반면 수신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은행의 시장성 수신과 은행채 조달을 제외한 수신은 지난달 전년 대비 12.5% 줄었다.
수신증가율도 9월에 정점을 친 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대출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 실시를 앞두고 은행들이 사전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 연구위원은 "예대율 규제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은행들의 수신 유지 비용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정 수준에서 예대율을 유지하면 조달 비용에 대한 관리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은행권 순이자마진이 2.5%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올해 추정치 2.3%에 비해 0.2%포인트 정도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에 조달금리 하락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신 비용이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순이자마진의 개선 역시 예상보다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은행 예대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경우, 은행들의 대출 행태 보수화로 일반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의 자금 사정도 악화될 전망이다.
한 민간 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예대율 규제로 예금 수신에 맞춰 대출을 늘리면 중소기업과 개인의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9월 말 현재 예금은행의 총 수신은 735조3663억원으로 은행들이 예대율을 1% 포인트 낮추기 위해서는 대출을 7조원 가량 줄이거나, 예금을 7조원 늘려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예금을 큰 폭으로 늘리기가 쉽지 않아, 예금에 치중하기 보다는 대출을 줄이는 식으로 예대율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특별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서민금융 관련은 당국 소관이 아니며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 은행서비스총괄국 관계자는 "아직 예대율 규제와 관련돼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보완대책 등은 금감원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협의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김유경 기자 tsmin@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