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너스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방침에 프랑스 금융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프랑스 금융권 대표들은 친(親) 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들의 대(對) 정부 비판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리의 금융인들이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에 이어 보너스에 대한 과세 방침을 공개한 사르코지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퇴임을 앞둔 크레디 아그리콜 은행의 최고경영자(CEO)인 조르주 포제는 유럽1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너스에 세금을 부과하면 은행의 자본 준비금 확충을 장려하게 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제는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은행들이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공헌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대출 지원을 받은 은행들은 이미 23억 유로의 이자를 지불해 빚진 게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은행권을 여론몰이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한 은행계 고위인사는 "내년에 프랑스에서는 지방선거가, 영국에서는 총선이 치러질 예정"이라면서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은행권을 타깃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인사는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단 인선을 싸고 갈등을 노출했던) 사르코지와 브라운은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친구 사이가 됐다"면서 은행 보너스 규제에 공조하고 있는 두 사람을 겨냥했다.
한 투자은행 대표도 프랑스 정부의 과세 방침을 '선동'이라고 비판하고 "은행들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이 납세자들의 돈을 희생시켰다는 것은 전적으로 옳지 않다"고 가세했다.
특히 파리의 은행계 인사들은 (금융위기를 맞아) 노던록과 브래드포드 앤 빙글리를 국유화하고 RBS와 로이즈 지분을 확보해야 했던 영국의 금융계를 프랑스 금융계와 똑같이 놓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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