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미국 대통령 특사가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북한과의 6자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협정도 논의 할 수 있다는 미국 측 의사를 전달하고 온 것 같다. 이는 6자 회담서 미군철수까지를 농의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됨으로 우리는 크게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미 공조체제가 과연 확고한 것인지 자문할 수밖에 없다.
한·미 공조체제를 강화하는데 양국이 앞으로 꼭 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미국이 고려하고 있는 미·북 양자 접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설명하는 일이다. 지난 15년 동안의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의 핵개발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한의 전략에 말려든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이 어떤 유화적 방법으로든 북한을 설득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실패로 끝날 것임을 한국민들은 잘 안다. 비슷한 방법으로 북을 만난다는 것도 무의미 하다.
둘째, 비록 미국이 이번과 같이 북·미 접촉을 계속한다하더라도 매순간마다 한국과 격의 없는 전략공조를 튼튼히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을 제안했을 때 “잘 모르는 얘기”라는 미국 측 반응은 전략공조에 틈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속단을 낳았다. 남북 간 정상회담이 곧 있을 것 같다는 얼마 전 미 국방부의 근거 없는 발언도 양국 간 대북전략에 간격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평이다.
셋째, 전시작권통제권(戰時作戰統制權, 이하 전작권)이다. 2012년까지 전작권을 한국군에게 넘겨준다는 지난 정부와 미국정부의 합의는 북한에게 미국의 한반도 방위 의지의 약화를 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오해를 줄 수도 있다. 뿐만 아니고 한국민들에게도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지에서 겪는 어려움 때문에 한반도에서 가급적 부담을 덜어보려고 한다는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심리 안정적 차원에서의 한·미간의 신뢰 재구축은 아주 중요하다.
넷째, 한미공조체제에서 경제문제를 들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 (KORUS)는 현재 미국의 국내정치 때문에 연내 비준은 어렵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양국 의회비준을 거쳐 발효되어야만 한다. 만일 KORUS가 비준을 받지 못했을 때 지난 60여 년 동안 양국 간에 가꾸어온 탄탄한 동맹관계가 일시에 엄청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양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설득 노력이 더 강화되어야할 시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3대 특징은 말할 것도 없이 △비핵화 우선 △상호주의 고수 △경제개발협력 제공 가능이다. 이 중 경제개발협력 제공가능은 그 배경과 의미에 대해 상술할 필요가 있다. 우선 ‘비핵·개방·3000’을 제안할 때 담긴 의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서 정상적 국가로 인정받으며 교역의 문호를 개방하고 많은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에 동참할 경우, 한국은 과거의 개발경험을 살려 단계적이고 질서 있는 경제계획수립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도와주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구상도 이를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즉, 6자회담에 참여하는 5개 국가가 동시에 북한의 현 체제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개발협력에 동참하되 그 전제조건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핵을 포기할 경우 한국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것으로 다음 여섯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식량·에너지·의약품 등 긴급한 물자의 공급을 즉시 소량으로부터 시작하되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둘째, 6자 회담국 중 4개국으로 하여금 ODA 등의 형태로 북한의 경제개발에 동참토록 한다. 셋째,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유럽개발은행 등에게 북한의 가입을 유도하고 한국이 추천국가가 된다. 넷째, ‘북한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위해 전문가팀을 구성한다. 다섯째, 더 나아가 북한을 APEC·WTO· 한-아세안 기구 등에 옵저버로 참가토록 노력한다. 여섯째, 북한경제개발에 필요한 인프라(철도, 전기, 도로, 통신, 상하수도, 교량, 항만 등) 구축에 투자를 시작하는 것 등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집권 중·후반기의 대북정책에 어떤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향후 2~3년간 북한내부의 정치적·경제적·안보적, 군사적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우리 측의 대북정책을 확정짓고 이를 노출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결코 득이 못 된다. 한·미간의 정책공조는 빈틈이 없어야 하고 6자회담에 나오는 중·일·러와도 긴밀히 협력 해나가야 한다. 동시에 한국 국내에서의 국론조화도 필수적 사항이다. 보즈워스특사의 역할이 마로 이런 데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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