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5일 서울지방조달청 별관에서 열린 '의약 부문 서비스 선진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소비자 중심의 의약품 정책과 영리법인 약국 허용을 놓고 첨예한 공방전을 펼쳤다.
KDI는 의약 분야의 규제 완화를 위해 피로회복제 등 OTC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고 영리법인 약국에 대해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의약계는 생존권 침해와 국민 건강에 역행한다며 강력 비판했다.
윤희숙 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 연구위원은 "OTC를 무조건 다 풀자고 주장하는건 아니다"며 "현 상황에 맞게 의약품을 재분류하고 향후 체계적인 상시 조정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위원은 "그동안 의약품 정책은 이해그룹간의 반목만 이슈가 됐을 뿐 소비자의 후생은 중요시되지 않았다"며 "이해그룹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의약품 분류 영역의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영리법인 약국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행 약사법은 약사·한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에서는 약사가 약국을 관리하고 의약품을 취급한다는 전제 하에 일반인도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
윤 위원은 "현행 약사법은 약국의 영세성과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있다"며 "현재 동네 소형약국을 흔히 발견할 수 있어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원하는 약품이 다 구비돼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일부 대형약국을 제외한 대부분이 약사 1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약국들로 자본 부족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경영 효율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법인약국을 허용할 경우 국내 대기업 등 대자본에 의한 전문적·조직적 경영이 가능해져 경영 규모와 방식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와 대한약사회는 반대 의사를 강력히 했다.
복지부 김충환 의약품정책과장은 "상시적으로 의약품을 분류하자는 것은 OTC 슈퍼판매 포석에 지나지 않는다"며 "슈퍼에서 판매할 경우 관리·감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어 "제약사가 약국 개설에 참여할 경우 자사제품 위주로 판매해 소비자의 선택권도 사라질 것"이라며 "전문자격사 선진화는 제약산업에 투자해 산업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 박인춘 상근이사도 "우리나라 약국은 접근성이 좋고 약 관리가 잘돼 약국의 역할을 비전문 영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없다"며 "OTC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국가는 약국의 접근성이 좋지 않은 국가"라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또 "일반인이나 대자본의 약국 개설이 허용되면 이윤 추구가 우선되며 결과적으로 의료법인의 자금이 유입돼 의약 분업을 해칠 수 있다"며 "일반인이 참여하는 영리법인때문에 동네 약국이 줄어들어 국민의 접근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OTC의 약국외 판매는 찬성의 뜻을 보인 반면, 영리법인 약국 허용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이사는 "국민적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약국이외에서 OTC를 판매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영리법인 약국의 경우, 자본 논리에 의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공청회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의약 부문 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확정해 OTC의 약국 외 판매, 영리법인 약국 허용 등을 관계 부처 조율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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