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330억 꿀꺽한 '현대판 김선달'

자기 돈 한 푼 없이 코스닥 기업을 인수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15일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코스닥 상장사인 통신장비업체 K사를 인수한 뒤 회삿돈을 빼내 회사 인수 대금으로 되갚은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김모(4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5월 420억원에 K사를 인수했다. 하지만 당시 인수 자금에 김씨 자신의 돈은 단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우선 개인 사채업자에게 빌린 90억원으로 선수금을 치른 뒤 제3금융권에서 다시 330억원을 빌려 인수대금을 완납했다.

경영권과 대주주 지분을 확보한 김씨는 실제 보유하고 있지 않은 A항공사 지분 30%를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속여 그 인수 자금 명목으로 회삿돈 330억원을 빼돌렸다. 이를 다시 제3금융권에서 빌린 경영권 인수 대금을 충당하는 방법으로 인수 작업을 마무리 한 것.

그는 K사에 대한 회계감사에서 거액의 회사 자금을 유출한 사실이 문제가 되자 지난 8월에는 145억원을 회수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허위 작성해 회계감사법인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씨의 범행은 K사가 A항공사 인수를 위해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지급한 330억원이 인수 실패 후 회수되지 않고 손실처리된 점이 금감원에 의해 적발되면서 덜미를 잡혔다.

K사는 작년 343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중견기업이나 김씨로 인해 1년 매출에 가까운 돈을 한꺼번에 잃으면서 단기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무자본 인수합병(M&A)의 극단을 보여준 것"이라며 "경영권이 탄탄하지 않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이러한 편법 M&A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무자본 M&A로 회사자금을 횡령한 경제사범을 사법처리해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며 "향수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편법 M&A에 대해서는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 오성민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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