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폐지를 막아 주세요." 투자자 하나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정문 앞을 차지한 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투자자는 지난 금요일부터 사흘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후 5시30분부터 9시까지 이 자리를 지켰다. 코스닥 상장사인 우리담배판매가 퇴출 위기에 몰리면서 심각한 손실을 본 탓이다. 작년 9월 삼미정보시스템을 통해 우회상장한 우리담배판매는 코스닥 입성 초기부터 문제를 일으켰다. 이 회사는 불과 상장 넉 달만인 지난 2월 자금난으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 탓에 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문제는 관리종목으로 이름을 올린 뒤 더욱 커졌다. 법원이 회생 계획을 인가하자 우리담배판매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연일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투자 위험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너도나도 묻지마 투자에 나선 것이다. 급기야 이 회사는 지난 8월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섰고 자기자본도 10억원을 밑도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거래소는 우리담배판매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리고 정밀 실사를 벌였지만 퇴출시키진 않았다. 수많은 우려에도 상장을 유지할 만한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담배판매는 투자자에게 또 한 번 충격을 줬다. 이번엔 전직 임원이 배임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거래소는 이 회사를 다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다. 연초부터 이날까지 주식시장 총 거래일은 243일. 이런 곡절로 우리담배판매는 이에 미달한 169일에 그쳤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가 떠안아야 한다. 마지막 수단으로 해당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벌일 수 있으나 회사가 부도나면 이마저도 헛수고다.
금융당국은 엄격한 퇴출 심사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증자나 감자로 형식적인 상장 폐지 요건을 벗어난 기업도 실질심사만으로 퇴출당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허점은 존재한다. 우리담배판매도 실질심사를 통해 제대로 걸러내지 못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도 경계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아무리 시장감시 수위가 높아져도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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