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가 경영권을 자식에게 되물림하는 삼성의 체제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인사에서 다시 증명됐다고 16일 보도했다.
삼성가가 이번 승진 인사 단행을 통해 '자식과 마누라를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전 회장의 유명한 격언을 몸소 입증했다는 평가다.
기업의 영업조직과 경영전략 등 다른 모든 것에서는 혁신을 가하더라도 아버지가 아들에게 후계자 자리를 물려주는 체제가 바뀌지 않았다고 FT는 설명했다.
실제 앞세대 이병철 전 회장에서 이건희 전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된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가 삼성전자에 신설되는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맡으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이재용 부사장을 젊은 시절부터 삼성 경영진과의 골프에 대동했다면서 이를 통해 이 부사장은 그들의 경영 비법을 익힐 수 있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FT는 렉스칼럼을 통해 삼성이 급히 서둘러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이건희 전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지 겨우 20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삼성의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은 기업지배구조를 감시하는 단체들에게 다시 입에 거품을 물게 하는 사건이라고 FT는 전했다.
그러나 한국 재벌가의 다른 2~3세들과 달리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은 모방업체에 불과했던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는 점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번 경제위기를 잘 견디면서 3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주가 상승률도 코스피 평균을 웃도는 결과를 이끌었다.
FT는 이 같은 측면에서 주주들은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과 함께 단행된 조직 개편이 상당폭이 되지 않기를 기대했는지 모른다면서 실제로도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FT는 오히려 전날 삼성의 주가가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은 삼성그룹과 삼성가에 정말로 중요한 결정이 남아있다는 투자자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남은 것은 이재용 부사장의 삼성그룹 승계"라면서 "공식적인 승계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