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서만 4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극심한 고용불안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몰고 왔다는 비난의 화살을 받으며 사라진 이들이 있는가 하면 뛰어난 경영업적을 인정받아 경제재건을 위해 정부의 부름을 받아 떠난 이도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세계의 이목을 끌며 사라진 스타급 CEO 12인을 소개했다.
우선 자동차업계의 CEO들이 가장 큰 피해자로 뽑혔다.
지난 3월 오마바 행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에서 25년간 근무해온 릭 왜고너CEO를 해임했다.
왜고너는 한 때 전세계 자동차시장을 호령하던 GM의 100년 역사상 최악의 손실을 기록하며 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미 경제전문방송 CNBC가 10만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는 왜고너를 전현직 기업 수장 가운데 최악으로 평가했다.
GM의 금융 자회사인 GMAC에선 알바로 데 몰리나 CEO도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19개월만에 전격 해임됐다. GMAC는 지난해 12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12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최근엔 최대 56억 달러의 3차 구제금융을 정부와 협의 중이었다. 미 정부는 구제금융 대가로 현재 GMAC의 지분 35.4%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주범으로 낙인찍혔던 금융기관의 수많은 CEO들도 불명예를 안고 떠났다.
먼저 2008년 9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1년 넘게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을 이끌었던 에드워드 리디. 그는 AIG가 미 정부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1800억 달러 구제금융을 받자 연봉 1 달러라는 자발적인 연봉 삭감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 임직원에게 1억6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이 알려져 일선에서 물러났다.
미국 최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인 프레디맥CEO 역시 올해 축출됐다. 프레디맥의 데이비드 모펫 CEO는 취임 6개월만에 정부의 지나친 규제에 못이겨 돌연 사임하며 보트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지난 6월 금융컨설팅업체인 하트포트파이낸셜서비스의 라마니 아이어는 12년간의 CEO 생활을 접고 올 연말 퇴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나치게 리스크가 큰 주가연동 변액연금을 운영하면서 큰 손실을 입은 하트포트는 지난 5월 미 정부로부터 34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
인수·합병(M&A)으로 인해 자연스레 사라진 CEO들도 있었다. 제약업계 1위인 화이자가 680억 달러로 와이어스를 인수하면서 와이어스의 버나드 푸소 CEO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화이자CEO에게 내 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3월 바이오업체인 머크와 쉐링-프라우의 합병과 함께 쉐링-프라우를 이끌던 프레드 하산 CEO도 퇴임했다.
하지만 모든 CEO가 퇴출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풀린 케이스도 있다.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이의 허버트 앨리슨은 오바마 행정부의 재무부 차관보로 영입되면서 금융개혁 정책을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이밖에 포브스는 메릴린치의 존 테인과 뱅크오브어메리카(BoA)의 케네디 루이스 역시 올해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퇴임했다고 전했다. BoA에 합병된 메릴린치의 전 CEO 존 테인은 BoA에서 쫓겨난 뒤 루이스와 첨예한 갈등관계를 보이기도 했다.
또 미국 생명공학업체인 시쿼놈의 해리 스탈리CEO는 다운증후군 관련 실험 당시의 과실책임으로 물러났으며 소셜네트워킹서비스인 마이스페이스닷컴의 크리스 드울프 창립자 겸 CEO는 페이스북의 추월로 인해 퇴진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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