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발목 잡힌 경제법안]믿고 따랐더니…공정거래법 지연에 기업만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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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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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공정거래법 개정안 1년째 표류
연내 처리 불투명…지주회사들 경영계획 수립 차질
SK 지주회사 전환 유예, 두산-한화 금융자회사 어려워

"금융지주회사법이 고쳐졌기 때문에 금융지주는 산업자본을 가질 수 있는데 산업자본은 금융자회사를 가질 수 없다는 건 논리상 역차별의 문제가 된다."

17일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차원에서 비금융 지주회사 밑에 금융 자회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지 1년 넘도록 아직 상임위원회 내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법 개정작업이 지연되면서 일반 기업집단에 비해 지주회사가 역차별을 받는 등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기업들만 손해를 보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개정안은 일반 지주회사에 대해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법안은 또 부채비율 200% 초과 해소, 비계열사 5% 출자 제한 폐지 등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규정도 담고 있기 때문에 재계에선 연말까지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개정안이 재계의 희망대로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정무위원들이 일반 지주회사에 대해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개정안의 핵심 내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데다가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 정무위원들도 개정안 처리에 총대를 메고 나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주회사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지주회사들이 경영계획 수립 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는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SK증권을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지난 6월 지주회사 전환 유예를 신청했다. 두산, 한화 등도 금융 자회사가 지주회사 전환의 걸림돌이 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규 사업에 진출하려다 규제에 막힌 중소 규모의 지주회사들은 국회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79개 지주회사 중 53개는 자산총액이 5000억원 미만인 중소 규모 지주회사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면서 일반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사라졌지만 부채비율 등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이 더 많은 규제에 시달리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된 상황에서 일반 기업집단에 비해 지주회사가 역차별을 받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연내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소유지배 구조가 투명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유도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기업들만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여야가 정쟁으로 민생법안을 소홀히 하는 동안 주요 기업들은 새해 경영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회가 경제회복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되레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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