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멍드는 샐러리맨 노후
내년 의무화 “근로자 안중에도 없나”
작년 11월부터 1년 넘도록 ‘낮잠’
4대강 예산을 둘러싼 입장차로 여야가 대치하는 가운데 국회통과가 시급한 법안들이 표류하고 있다.
이러한 법안 중 하나가 지금 국회의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연금법법) 개정안이다.
20일 정치권 및 노동부, 업계 등에 따르면 퇴직연금의 뼈대인 퇴직연금법은 현재 전면 개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서 노동부는 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28일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당초 올해 7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정기국회에선 비정규직 관련법 등 쟁점 법안에 밀려 퇴직연금법은 아예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퇴직연금이 의무적으로 도입되고 이에 따라 최근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사업장들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남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근로자는 이직 또는 실직 시에도 퇴직연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자영업자들의 퇴직연금 가입이 가능하게 돼 퇴직연금의 가입 기반이 넓어지게 된다.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수급권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자산은 더욱 안전하게 보호 받게 된다.
또한 이 법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퇴직연금 가입자는 더 다양한 형태의 퇴직연금에 가입해 그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의 어지러운 정쟁 때문에 이 법안은 상임위원회인 환노위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환노위 관계자는 "현재 상임위에 상정만 된 상태이고 공청회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내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동안 법 개정의 기대효과가 희석되는 현상이 사회 전반에서 표출되고 있다.
최근 금융회사 통계에 의하면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에 비해 중간정산제를 실시한 기업 수가 약 93%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개정안 속에 포함된 중간정산제의 제한 규정을 미리 회피하기 위해 기업이 장래 퇴직금 부담을 강제적으로 사전 청산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기업들은 2011년부터 퇴직보험이나 퇴직신탁 제도에 주어지는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므로 많은 기업들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기존의 26조원에 이르는 퇴직보험이나 퇴직신탁제도에서 퇴직금제도로 가거나 퇴직연금제도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금액이 퇴직연금으로 전환되느냐에 따라 퇴직연금의 조기 정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새롭게 개정되는 퇴직연금법이 조속히 통과돼 2011년 이전에 새로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못한다면 기업 및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26조원의 자산을 퇴직연금으로 돌릴 메리트를 찾기 힘들어 퇴직금의 중간 정산 형태로 소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고령화와, 국민연금의 재정악화를 고려할 때 퇴직연금의 조기정착 및 안정적 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이슈"라며 "더 이상 여야의 정치논리로 근로자의 노후가 멍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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