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사이드]혼란 부추기는 영리병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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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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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도입은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논의가 시작돼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의료비 인상이 우려되고 의료 양극화를 자극한다는 등의 반대 의견이 많아 관철되지 못했었다.

영리의료법인 허용은 지난 정부 때는 물론 현 정부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고소득층을 위한 첨단서비스는 가능해지겠지만 일반 서민의 경우 첨단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병원의 영리추구에 대해 현재 보건복지가족부는 필수 공공의료 확충과 건강보험 보장 확대안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영리병원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영리병원 도입으로 인한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이 국민이 추가로 부담할 비용을 뛰어넘는다며 내년부터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행위는 비영리여야 한다는 전통 관념에서의 탈피를 의미한다. 의료사업은 그 동안 전통 관념에 따라 의사의 전유물이 돼 왔다. 현대와 삼성이 의료사업에 진출할 때 의료계를 중심으로 의료행위가 상업화 될 수 있다며 반대한 것도 그 같은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의료시장의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산업으로서 국민경제에 대한 의료산업의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의료제도를 본질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됐다.


특히 그 동안 성장 위주 정책을 펼쳐온 결과 의료기관, 의료인력, 병상 등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진입한 만큼 이제는 정부가 지적한 대로 '규제 위주의 양과 질 확보'에서 '환자의 선택을 통한 질과 효율 확보'로 정책 목표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내국인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연간 1조원 이상을 외국에 지불한다는 점에서도 영리법인화를 통한 병원의 국제경쟁력 향상은 시급한 일이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영리의료법인이 기존 공공 의료서비스 수준을 저하시키고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선진국의 특징은 지역에 상관없이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 것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급 영리병원 몇 개가 들어선다고 국민 의료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공공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이처럼 의료법인 제도 개편과 관련,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건강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관련부처들은 국민의 복리는 뒷전인 채 부처이기주의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영리병원 도입문제를 둘러싼 정부 부처간 갈등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6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행정 각부를 총괄하는 총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일"이라며 "앞으로는 총리가 적극적으로 이번 일을 중재·조정해 좋은 결론을 도출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서비스는 영리보다는 공공성이 먼저라는 것이 민주당의 철학"이라며 "잘못된 정책을 섣불리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단 잠정적인 보류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서긴 했지만 노무현 정부 때부터 5년간 지속되는 영리병원 논란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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