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집행 준비지침 하달..재정부 "국회 하루 빨리 예산처리해야"
국회의 새해 예산안 대치로 회계연도 개시전 예산 배정이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정부가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부는 최근 윤증현 장관의 비상계획 수립 지시에 따라 지난 19일 각 부처의 기획조정실장 회의를 소집해 예산조기집행 준비와 함께 새해 이전이라도 관련 절차를 진행하라는 지침을 전했다. 또 통상 1월말 각 부처에 전달하는 예산집행지침을 조기에 내려보내기로 했다.
회계연도 개시전 예산배정이란 말 그대로 예산의 집행이 시작되는 1월1일 이전에 각종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각 부처별로 미리 배정해 12월중에 사업공고, 계약체결 등 조기집행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진 작년에는 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12월13일 이후 닷새만인 12월18일 11조7000억원의 예산을 조기에 배정해 12월말까지 6조7000억원의 계약을 하는 등 민간 부문의 경기급락을 정부 재정이 완충해주는 역할을 했었다.
특히 정부는 당초 올해 예산을 조기집행하는 바람에 발생한 4분기 재정 여력의 부족분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보다 더 많은 예산을 회계연도 개시 전에 배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수포로 돌아갈 상황에 처했다. 실제 올해 재정집행 관리대상 사업비 272조8000억원 중에 11월까지 92%에 달하는 250조2000억원이 집행되면서 12월에 남은 돈은 22조원 정도다.
실제 내년 재정집행 지연에 따른 예산공백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사업이 청년인턴사업이다. 일찌감치 예산이 확정됐다면 12월 공모를 거쳐 근로계약을 맺어야 1월부터 집행이 가능했지만 지금으로선 2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1월 고용지표가 추락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내년에 첫 시행되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운영시기가 늦춰지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1학기부터 시행예정이지만 채권발행 등 대출 준비에 50일가량이 걸리는 만큼 등록금을 내는 2월에 맞추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특히 긴급복지사업의 경우 신청 후 3일 내에 이뤄져야 하는 시급성을 갖고 있지만 1월초 재정 공백이 우려되는 기간에 신청이 이뤄질 경우 지원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부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예산안을 기준으로 재정 조기집행 계획 및 예산배정 계획안을 이미 마련했으며 부처나 공공기관이 공고 등 신속한 사업착수를 위한 준비를 미리 짜놓고 있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시기가 해를 넘길 경우 사상 초유로 준예산을 집행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준예산은 새 회계연도 개시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법정기관과 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의무 등을 이행하기 위해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 가능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준예산은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해 만들어진 제도로서, 헌정 사상 편성된 전례가 없다"며 "국가비상사태도 아닌데 준예산 운운할 것이 아니라 국회가 하루빨리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