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만 요란한 '빈수레 녹색금융'

차세대 성장동력인 녹색산업의 자금줄이라고 할 수 있는 녹색금융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녹색산업에 대한 위험부담이 커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는데다 녹색금융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들은 녹색이라는 명분으로 수신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정작 대출에는 인색하다. 녹색보험 상품 역시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금융권이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발맞춰 녹색금융상품을 출시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4대은행이 올들어 녹색금융으로 거둔 예적금은 5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들 은행이 친환경 기업 등 녹색금융 명목으로 대출한 금액은 7000억원 정도에 머물렀다. 수신에 비해 대출은 8분의1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은행들은 녹색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녹색기술은 위험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대출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기 쉽지 않다"면서 "녹색산업에 대한 뚜렷한 기준조차 없는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불만은 녹색금융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느 기업이 녹색기업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녹색금융의 활성화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녹색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이 은행들의 불만"이라면서 "현 시스템에서는 녹색기업을 우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녹색기업 인증제가 시행되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인증제가 상반기 시행될 지도 정확히 알 수 없어 금융권은 물론 녹색기업들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녹색금융인 녹색보험 역시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 녹색보험 중 대표적인 상품인 자전거보험은 보험사별로 월 평균 100여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매에 머물고 있다.

업계 1위 삼성화재 정도가 국민은행을 통해 월 100건이 넘는 개인용 자전거보험을 판매하고 있을 뿐 일부 보험사는 1달에 10건도 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녹색보험 활성화의 일환으로 자동차 중고부품 재활용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보험상품이 내년에 도입될 예정이지만 이 역시 전망은 밝지 않다.

이 상품 자체가 자차보험에만 제한되는데다 중고부품의 활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래된 차량일 수록 자차에 가입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년 초 도입될 예정이던 자동차운행거리 연계 자동차보험 제도의 도입 역시 2012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자동차 운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행거리 측정 방식이 쉽지 않은데다 장비 가격도 20만원을 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실효성이 낮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녹색금융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싶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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