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혁신이다. 정보기술(IT)이 첨단화하고 대중화하자 기업들은 저마다 최신 기술에서 혁신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 대상은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영 컨설팅업체 PRTM의 빌 래이 이사는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는 기술적인 창의성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PRTM이 1975년부터 2008년까지 주요 글로벌 기업 150곳의 실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기술적인 진보를 통해 혁신 제품을 내놓은 기업들은 투자 결과에 상응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수년간 시가 총액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을 뿐 아니라 제품 개발에 투자한 자본이 많을 수록 수익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래이가 지적하는 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주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없이 제품의 혁신만으로 수익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엔 애플이 2001년 선보인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도 처음엔 실패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팟이 애플의 부활을 이끌었다고 믿고 있지만 출시 2년 뒤 아이팟의 판매실적은 특별한 게 아니었고 애플의 시가총액도 제자리 걸음을 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아이팟이라는 제품이 두드러지게 혁신적인 부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이팟이 시장에 나오기 오래 전에 이미 적잖은 기업들이 MP3 플레이어를 내다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3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팟 전용 음원 프로그램인 아이튠즈스토어를 개설한 것이다. 아이튠즈가 문을 열자 아이팟 사용자들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고 아이팟의 매출은 물론 애플의 시가총액도 덩달아 뛰었다. 아이팟이라는 제품 개발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이뤄진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은 아이팟의 제품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애플은 유료 소프트웨어 공급을 통해 얻은 적잖은 수익도 올렸다.
래이는 이처럼 혁신을 통해 성장을 좇는 기업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조직적인 구조를 구축하라는 주문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상품 개발팀에 연구개발(R&D) 인력을 보강하듯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도 투자해야 한다고 것이다. 실제 세계 최대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프록터앤갬블(P&G)은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면 기업 밖에서도 빌려올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래이는 또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려면 시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인 시가총액과 기업의 제품 판매액이 동일하거나 오히려 낮음에도 여전히 R&D에 많은 돈을 쏟아 붓는다면 비효율적으로 R&D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생산력의 수준은 유지하면서 R&D 비용은 줄일 수 있도록 조직을 재정비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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