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표심 잡아라"...부동산 활성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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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2-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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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권,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개정안 미뤄

#요즘 국회에서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주장하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정부와 민간건설사와 의견을 같이하며 상한제 폐지를 강조해온 한나라당에서조차 관련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고 있을 정도다.

#빛도 못보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주택바우처 제도도 내년에 시행될 전망이다. 정부가 예산부족으로 내년도 예산편성에서 삭제했던 이 사업을 국회가 60억원을 편성하며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매년 예산편성 때마다 국회의원들로부터 전화와 방문요청을 받느라 분주한 국토해양부 도로정책국장과 지역담당 국장. 올해는 예년보다 더 바쁜 시기를 보냈다. 지역예산배분을 더 늘리려는 지역구 의원들의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국회가 서민경제 활성화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 특히 건설부동산부문에서는 작심을 한 듯 하다.

◆국회서  서민·지역사업 잇따라 부활
국토해양위는 지난 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주택바우처제도를 부활, 내년 예산안에 60억원을 신설했다. 주택바우처제도는 저소득층의 주택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가 재정에서 일정액의 임차료를 쿠폰 형태로 보조해 주는 제도다. 당초 국토부가 시범사업으로 내년 시행키로 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복지예산 과도책정의 이유로 내년 정부예산안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예산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주택바우처 사업에 60억원을 편성하며 이 사업을 부활시켰다. 본회의 통과를 남겨 놓고 있으나 서민을 위한 복지사업인 만큼 여야 반대 없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국토위 등 국회 상임위는 출신 지역의 도로와 철도 등 건설과 개발사업을 앞다퉈 신ㆍ증설하고 예산도 증액했다. 

이들 개발 프로젝트는 지방선거의 각종 선심공약으로 이어진다. 선심 공약은 지자체의 땅값과 부동산 가격을 일시 요동치게 한다. 전문가들은 오는 6월 예정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집 값이 또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용진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지자체 선거 때마다 낙후된 도시와 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무책임한 크고 작은 개발프로젝트들이 단골 공약으로 나온다"며 "이들 공약은 투기자본과 맞물려 일시 부동산 가격을 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공약남발은 건설부동산시장에 '負'  
실제로 부동산시장은 선거 때마다 요동을 친다. 국민은행과 부동산정보업체 조사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전국단위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IMF 외환위기 이후를 제외하고 모두 아파트 매매 가격이 올랐다. 지난 2002년과 2006년에는 아파트 가격이 각각 22.78%, 13.75%로 경제성장률 각각 7%, 5.1%에 비해 3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총선 때 서울시의 뉴타운 확대 발언에서 보듯 그 결과는 긍정적이 아닌 부정적이다. 특히 개발공약으로 지가가 상승 시에 결국 그 부담이 건설과 지역민으로 돌아오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개발공약의 남발은 바람직하지 않다.

건설업계는 표심을 우려한 국회의원들의 민감한 행보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직권상정이라도 해서 통과시켜줄 것 같던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상임위 상정을 계속 미루고 있어서다.

민주당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내년 지자체 선거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도 분양가상한제 폐지 사안을 약이 아니라 독으로 여긴다"며 "최근에는 여당이 이와 관련한 주택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말을 아예 꺼내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시점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 분양가가 오르거나 집값이 급등할 경우 날아오게 될 화살을 최소한 피해보자는 속내로 풀이된다. 

◆최대 격전지 수도권 민심잡기는 '주택정책'
내년 지방선거에서 최대 접전지역은 수도권이다. 수도권의 승패는 차기 정권창출과 직결된다. 여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할 경우 MB정권 후반기에 안정적 기반이 확보된다. 세종도시와 4대강, 그린성장 등 MB정부의 핵심정책의 지속 추진이 가능하다. 반대로 수도권에서 야당이 승리할 경우 여권의 독주를 막고 차기 정권 창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앞서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책과 제도가 쏟아져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와 여당에서 선보인 수도권 표심잡기의 주요 정책은 보금자리주택의 확대다.정부는 지난 10일 과천청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제로 민관합동경제대책회의를 열고 '2010년 경제정책운용 방향’을 발표했다.  당시 수도권 그린벨트 내 추가지구를 지정해 내년 보금자리주택을 18만가구 공급, 당초보다 3만 가구 늘리기로 했다. 말뚝을 받기 전에 분양하는 사전청약도 연 2회 실시한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앞서 민간주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과 세제부문에서 규제를 강화, 무주택자와 서민의 박탈감을 사전 해소시켰다. 대표적 정책이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강화와 양도세 면제 유예의 폐지다.

실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DTI강화가 시행되고 양도세 면제 유예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확정됨에 따라 올해 일시 회복세를 보인 부동산 시장은 급속 냉각 중이다. 보금자리주택을 비롯한 이들 중도실용정책이 잇따라 발표될 때마다 내집마련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무주택자와 서민의 상당수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기회복의 견인차 건설은 '찬밥'

문제는 민간 부동산 시장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의 입지와 가격은 민간 아파트에 비해 절대 경쟁력을 지닌다"면서 "내년 한해 수도권에서 15만가구에 이르는 보금자리주택이 선보일 경우 민간이 설 땅은 없다"고 지적했다.

B건설 관계자는 "올해 초 DTI규제 완화와 양도세 면제안 일시 도입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타면서 정부의 경기진작책이 실효를 보기에 이르렀다"며 "MB정부가 올해 하반기 중도실용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하면서 한국경제의 지속 성장위한 건설과 부동산부문의 시장정책이 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회사 한 주택영업 담당 임원은 "지역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시장 전체의 흐름과 원활한 주택공급을 생각한다면 분양가상한제 처리를 더 미뤄서는 안된다"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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