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삼성 인사에서 삼성전자 DMC부문장이었던 최지성 사장이 단독 대표로 선임됐다. 올해까지 두개로 나뉘었던 부문별 독립경영에서 다시 통합된 삼성전자가 만들어진 것.
때문에 내년도 최 사장의 역할은 크게 늘었다. 올해 책임을 졌던 TV, 휴대폰, 프린터, 생활가전 등 DMC부문을 넘어 투자비용이 큰 DS부문까지 총괄해야 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역할은 이재용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키우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시기의 문제일뿐 이 부사장이 향후 삼성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건 누구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몸담은 이후 이 부사장은 다른 오너일가 3세들에 비해 경영능력을 검증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비자금 파문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합법성 논란 등 이 부사장을 둘러싼 환경 때문이다. 특히 과거 몇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이렇다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재계 서열 1위다 보니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의 시선과 비판의 목소리도 필요 이상의 이 부사장에 집중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 부사장은 '적절치 않은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받으려 하지만 경영능력 역시 부족한 3세'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이 짙다.
한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인 만큼 이를 이끌어 나갈 수장에게는 그만큼의 실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부사장이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지 알고싶어 한다.
이번 인사에서 이 부사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부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최 사장 직속으로 위치하면서 삼성전자 경영의 전반적인 부분을 아우를 수 있게 됐다. 또한 최 사장의 경륜과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는 더이상 오너일가 만의 일이 아니다. 삼성그룹, 더 나아가 한국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이다. 이미 이병철 선대회장에서 이건희 전회장에게 경영권이 승계될 당시 이 전회장은 이미 선대회장 이상의 경영 능력을 보였다.
이번에는 이 부사장의 차례다. 백년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삼성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의 수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돕고 경영 재목으로 다듬어주는 역할은 최 사장의 몫이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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