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치상 가장 적격"...과학계 "정치적 이용" 반발
사실상 세종시에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다만 과학기술계는 과학벨트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며 세종시 대안으로 과학벨트를 거론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송석구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과학벨트의 위치는 세종시가 적격이라고 재확인했다. 지난 21일 국가핵융합연구소를 방문한 송 위원장이 “세종시에 기초과학연구원이 가야하고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에 가는 게 좋겠다고 (민관위가) 서로 정리했다”고 말한 것이다.
문제는 과학계의 입장이 정부와 뚜렷이 대조된다는 점이다. 지난 9월 정부는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을 제기하면서 정치권과 지역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여러 차례 세종시 색깔을 바꿨다. 또 최근 세종시 성격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변경키로 가닥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계의 의견은 무시돼 혼란만 가중됐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과학벨트 세종시 입주에 대해 정부와의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과학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통과되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는 과학벨트를 세종시 대안으로 거론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를 포함한 12개 과학기술 단체들은 지난달 25일 공동포럼을 열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정치적 이용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이들 단체는 과학벨트는 기초과학과 국가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프로젝트인 만큼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사업 투자나 입지 선정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준 과기총 회장은 “과학벨트의 입지 선정이나 투자는 기초과학의 경쟁력에 근거해서 정치성을 배제하고 과학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단체장은 “마치 과학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가는 듯한 모양새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반발도 이어졌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정부가 세종시의 성격을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바꾸기로 한 데 대해 "과학벨트 설치를 세종시 대안인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며 "마치 행복도시의 대체제인양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과학벨트특별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고 현재 18개 도시를 후보지로 검토 중인데 (세종시에 과학벨트를 유치하면) 공모, 선정 절차가 모두 물거품이 돼 버릴 수 있다"며 "법과 절차를 무시한 형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또 "특히 세종시는 18개 후보 도시 중 아산천안과 대전대덕, 대구, 울산, 부산에 이어 6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무시하고 세종시에 과학벨트를 유치하는 것은 초법적인 행태"라고 덧붙였다.
선진당 이상민 정책위의장도 지난달 30일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과학벨트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과학계의 비난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느냐”면서 “과학벨트를 정략적 도구로 사용하고 내용도 실체도 없이 졸속 추진하는 것을 철저히 견제할 것”이라며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질책했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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