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취지만 '녹색'인 국내 SPAC

증권사들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관련 산업에 주력하는 기업을 최우선 합병 대상으로 삼아 산업을 키우는 데 이바지 하겠다고 나서 눈에 띈다. 그러나 정작 녹색 관련 기업이 SPAC을 통해 상장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대우증권을 선두로 전날 미래에셋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이 SPAC설립 등기 신청을 차례로 마쳤다.

각 증권사마다 구성된 설립주주도 다르고, 예상 공모 규모도 적게는 200억원부터 많게는 1000억원까지 다양하지만,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SPAC의 설립 취지다.

대우증권은 '그린코리아SPAC'이란 이름으로 녹색성장, 신성장 잠재력을 지닌 제조업 또는 폐기물, 환경복원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을 대상으로 기업합병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동양종금증권도 '동양밸류오션 SPAC' 설립을 신청하면서 태양광, 풍력, 2차전지, 수처리,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폰, IT(정보기술) 및 나노융합, e-러닝 등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을 합병 대상으로 삼았다.

미래에셋증권도 '미래에셋증권 제1호 SPAC'을 통해 기후변화 및 자원위기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녹색기술산업 관련 우량기업을 최우선 합병 대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이 설립 취지대로 SPAC이 운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MB정부의 '녹색정책'으로 녹색 산업이 부각된 지 얼마 안 된데다 본격적인 매출을 언급할 수 있는 회사도 전무하기 때문. 게다가 공모 규모도 적지 않아 그에 맞는 기업 찾기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SPAC의 합병 대상 비상장기업은 기본적으로 공모금의 80% 이상 기업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상장을 위한 지분 분산요건 등을 감안하면 최소 30~4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가령 1000억원을 공모 했다면 최소한 피인수 대상 기업은 1500억~4000억원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

또 SPAC은 공모 후 3년 이내 기업 합병 및 상장에 실패하면 해산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장사 가운데서도 풍력,태양광,2차전지 등 녹색 산업을 주력으로 매출을 내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관련 산업에 주력하거나 잠재성장성이 있는 기업을 찾아낸다 해도 중소업체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SPAC 취지와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녹색산업 관련 기업은 차치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 발굴도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이번에 밝힌 대로 녹색산업 관련 기업만 SPAC 대상으로 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맞다"면서도 "그러나 SPAC제도 안착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해 SPAC의 기본 취지인 우회상장 건전화 등 효과에 더 주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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