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무시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도 안된 상황에서 ‘속 빈 강정’ 같은 업무보고를 연내 마무리하는가 하면 4대 강 사업 등 쟁점을 놓고 정치권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22일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서민을 위한다 말로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결국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국회의 조속한 예산안 처리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물론 국민의 혈세를 받으면서 내년 살림살이를 좌우하는 예산안 심사를 정쟁의 손아귀에 방치하고 있는 의원들도 문제다. “헌법을 준수해야 할 의원들이 자기역할을 하나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정치권과 소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야당이 주장하는 이 대통령의 ‘일방통행’ 사례는 내년 업무보고의 연내 마무리다. 정부는 조기 업무보고의 이유를 조속한 예산집행과 실질적 대책 마련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전 정부의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역임했던 인사들은 이번 보고가 대통령과 각 부처의 의사소통 차원에 머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산 심의의 키를 국회가 가진 이상 예산안 처리 결과에 따라 부처가 보고한 사업이 축소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어서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조기 업무보고 마치고 자신이 뿌려놓은 4대 강, 세종시 블랙홀에 빠진 국회에 빨리 예산안을 처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숙원사업인 세종시 수정을 위해 충청권을 방문해 간담회도 갖지만 야당과의 대화는 거부하고 있다. 국회 파행 해결을 위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수장이 교감한 ‘이명박-정몽준-정세균’ 3자회담을 청와대는 거부해버렸다. “대통령은 정파의 수장이 아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이나 4대 강 사업의 운명은 이 대통령 본인이 쥐고 있다는 것은 여야가 다 아는 사실이다.
“대통령 한번 하고 나서 나라가 잘되는 쪽으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는 이 대통령의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내 갈길을 간다'는 독선에서 벗어나 ‘대화하고 타협한다’는 용인의 정신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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