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삼성전자가 폴란드 가전업체인 ‘아미카’를 인수하며 해외 인수합병(M&A) 재가동 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삼성전자는 M&A를 철저히 기피해왔다.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M&A를 통해 규모를 늘리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한 것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해외 거점 확보 시에도 자력 진출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M&A 기피 문화는 15년 전인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전자는 미국의 컴퓨터 회사인 ‘AST’를 5억 달러 이상을 들여 인수했지만 1999년 결국 인수를 철회했다. 실패를 경험한 이후 작은 규모만 간헐적으로 이뤄졌을 뿐 대형 M&A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이번 아미카 인수에 삼성전자는 7600만 달러를 투입했다. 기존 방침에서 크게 벗어난 것. 이는 유럽 생산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유럽시장에 공급되는 삼성전자의 제품은 아시아권 공장에서 생산됐다. 때문에 공급 시간이 길고 비용도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수로 이러한 걸림돌을 확실히 제거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중견급 기업들의 몸 값이 크게 떨어진 것도 긍정적이다. 6조원 상당의 여유 자금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는 회사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필요한 알토란같은 기업들을 부담 없는 가격에 인수할 수 있게 됐다.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협상이 결렬된 샌디스크 인수도 다시 물망에 올랐다. 협상 결렬 이후 샌디스크는 경영난이 심화됐다. 낸드플래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삼성전자로서는 더없이 좋은 인수 대상이다.
바이오 시밀러 등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신수종 사업도 M&A를 통해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 신수종 사업들은 단기 수익 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술력은 있지만 수익성을 갖추지 못한 잠재력이 큰 기업들이 많다.
취임 직후 열린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 최지성 사장이 강조한 ‘6개육성 사업 세계 1위’ 목표를 시행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M&A가 절실하다. 이번 M&A 추진에는 지난해 해외 곳곳을 다니며 견문을 넓힌 이재용 부사장의 의견도 상당 수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가 기존 M&A 방침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유럽 가전 명가인 아미카를 인수함으로서 유럽 백색가전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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