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서열이 뒤바뀌고 있다. 전업 증권사가 시황 악화를 만회할 대안 부재로 시가총액 상위권에서 대거 밀린 반면 대기업ㆍ금융그룹 산하 증권사는 모기업 지원사격으로 순위를 눈에 띄게 높였다. 이 추세가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기회유용을 우려하는 지적도 부쩍 늘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날 현재 시총 4조3041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증권업종 소속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2~5위는 각각 대우증권(4조966억원)과 미래에셋증권(2조8612억원), 현대증권(2조6095억원), 우리투자증권(2조4360억원)이 차지했다. 동양종금증권(1조5195억원)과 대신증권(1조1282억원), 키움증권(8717억원), SK증권(8550억원) , HMC투자증권(6292억원)은 각각 6~10위.
증권가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대기업계 증권사와 전업 증권사를 대표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기 전까지 2위에 머물던 삼성증권이 1위로 오른 반면 선두를 달렸던 미래에셋증권은 두 계단이나 밀린 3위로 내려앉았다. 역시 전업 증권사인 대신증권도 상위권에서 밀려나 10위권에 겨우 턱걸이했다.
반면 대기업계 증권사는 대거 약진했다. 대우증권은 산은금융그룹 자회사로 삼성ㆍ미래에셋 양강에 눌려 그간 3위에 머물다 2위로 올라섰다. 5위권에 든 현대증권과 우리투자증권도 각각 현대그릅과 우리금융그룹 계열이다. 10위권에 새롭게 진입한 SK증권과 HMC투자증권은 각각 SK그룹과 현대ㆍ기아차그룹 자회사.
이런 순위 바뀜에 대해 증권가는 내부지원을 주요 동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실제 시총 선두로 뛴 삼성증권은 연간 20조원을 상회하는 금융상품을 내부 계열사와 주고받고 있다. 전달 공시한 7~9월(회계연도상 2분기) 거래액만 채권 3조1100억원과 수익증권 1조4600억원, 기타 유가증권 6600억원, 예적금 800억원, 주식 300억원을 합쳐 5조3400억원에 달했다.
내부거래 외에도 대기업계 증권사가 누리는 이점은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금융그룹은 계열 증권사와 막대한 인적ㆍ물적 네트워크를 공유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반면 경쟁 증권사에 대해선 배타적 정책을 취해 전업 증권사가 설 곳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탓에 기회유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의계약으로 계열사만 물량을 몰아주면 다른 유리한 기회를 잃게 된다"며 "이는 해당 회사나 투자자 모두에 손실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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