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한국의 FTA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1-03 12: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1998년 한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정책을 천명한 이래 1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나라들과 FTA 협상을 타결하고 상당수가 발효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미 칠레·싱가포르·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과의 FTA가 발효되었으며 인도와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곧 발효되고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FTA 협상을 타결했다.

우리나라 FTA 정책 추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몇 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는데, 필자 생각엔 지금 시점이 제 3기가 시작되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초창기의 FTA 경험이 없는 우리 정부는 칠레· 싱가포르와 같이 작은 나라들과 FTA를 해 봄으로써 경험을 축적했다.

2004년 이후 거대경제권과의 FTA로 정책을 선회하면서 FTA가 시장 확대 전략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선진화하는 수단 중의 하나로 인식했다.

이제 미국 및 EU와의 FTA 협상이 타결된 시점에서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대외통상전략 중 중요한 축을 이루는 FTA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야 할지를 다시 고민해 볼 시점에 와 있다. 이러한 때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FTA는 개도국 시장 확대 전략으로 여전히 유효하므로 대개도국 FTA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통계를 제시해 본다.

69대31이었던 1990년 우리나라 수출의 대선진국 및 대개도국 비중이 2009년 10월 현재 32대 68로 완전히 역전됐다.

이렇게 놀라운 변화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대개도국 시장개방의 일환으로 FTA의 유용성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

개도국 시장이 중요해진 지금, 거대경제권과의 FTA에 못지않게 중소규모 경제권과의 FTA를 통해 한국기업의 시장접근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신흥개도국의 비관세장벽에 대해 관심을 높여야 한다.

비관세장벽이라고 하면 우리가 선진국에게 항상 지적받던 분야였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제는 다른 나라의 비관세장벽을 철폐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관세장벽에는 수입제한과 쿼터, 비자동적 수입허가, 관세수수료 및 수입세 등 무역을 제한하는 각종 조치가 모두 포함된다. 개도국과의 FTA는 이러한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둘째, FTA 정책이 단순히 FTA 대상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갈 것이 아니라 기존의 FTA에서 자유화의 심화, 자유화 의제의 확대 그리고 기존 FTA간의 연계 강화를 통한 다자간 무역자유화로의 일치성 제고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한국 정부의 통상담당 부서는 WTO를 통한 다자간 무역자유화와 FTA를 통한 양자간 무역자유화, 그리고 FTA의 추가 협상을 통해 한국형 FTA의 도출 및 기존 FTA의 다자간 무역협정과의 조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FTA 정책부서의 임무는 거대경제권과의 FTA를 일단 체결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셋째, 양자간 지역무역협정의 수준을 다양화해야 한다. 즉 무역자유화를 의미하는 FTA 뿐만 아니라 협력협정(Cooperation Agreement) 체계를 개발해 FTA를 하기에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거나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대상국이 있으면 이 체계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협력협정 체계는 무역자유화, 투자 그리고 협력의 세 분야를 기본으로 하면서 상대에 따라 필요하다면 정치·안보 대화를 독립된 장으로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인도 CEPA는 FTA 형태 다양화의 본보기가 된다.

넷째, 기존 FTA와의 연계와 관련해 원산지 규정의 조화 및 통일에 보다 더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원산지 규정이 통일되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지만 이것이 비현실적이라면 아시아지역에서 통일된 원산지 규정방식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미주에서는 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방식으로, 유럽에서는 pan European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에서는 아시아 방식의 원산지 규정의 조화를 도출하면 좋겠다.

이는 향후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아세안+3 등 관련 지역통합기구에서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아세안과 FTA를 체결하는 국가들끼리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FTA 정책은 한국의 다른 대외통상정책과의 연계 속에서 구사돼야 한다.

개도국과의 수준 높은 FTA를 추진하면서 개도국의 우려사항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공적개발원조(ODA)라는 정책이 수반된다면 FTA를 통한 시장개방과 ODA를 통한 대개도국 지원 사업의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이점을 갖게 될 것이다.
 
FTA 정책은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지역통상정책의 일환으로 구사돼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