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보수 많을수록 주주수익 떨어져"-WSJ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공격적인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은 인력을 줄이는 한편 협력업체에 부품가격을 인하하라고 압박을 가하기 일쑤다.

거센 비용절감 바람이 미치지 않는 곳도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다. 특히 세계 금융 중심지인 미국 월가의 금융기업들은 금융위기의 진원지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경영진에 대한 고액 보수 지급 관행을 사수하려고 애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의 이사회는 언제나 크리스마스 분위기라고 비꼰 이유다. 기업 이사회가 CEO의 산타클로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건 CEO에게 더 많은 연봉을 줄 수록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은 이런 믿음의 근거가 빈약하다며 두 가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CEO의 연봉이 많을 수록 주주들의 수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 하버드 로스쿨의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루시안 베브척 교수는 20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을 상대로 상위 5명의 최고경영진이 받는 성과급 가운데 CEO에게 지급되는 성과급 비중을 조사했다. 그 결과 35%를 CEO가 독차지했다. 또 전체 파이에서 CEO의 몫이 커질 수록 기업의 미래 수익성과 시장가치는 더 떨어졌다. 베브척 교수는 "CEO들은 자기 몫 이상을 손에 쥐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 퍼듀대의 라가베드라 라우 금융학 교수 등은 1994~2006년 사이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CEO 보수와 주가 수익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구 대상 기업 가운데 CEO 보수 규모가 상위 10%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5년간 누적 주가수익률은 경쟁사보다 12% 낮았다.

라우 교수는 CEO 보수 규모가 큰 기업들은 연 평균 2300만 달러를 CEO에게 지급하지만 주주 수익은 경쟁사들에 비해 매년 24억 달러 적었다고 지적했다. CEO가 1 달러를 챙길 때마다 주주는 100 달러를 손해본 셈이다.

신문은 그러나 라우 교수팀의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라며 잠정적인 결론만으로 CEO의 고액보수가 주주 수익 저하를 불러온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견도 적지 않다. 데이비드 여맥 미국 뉴욕대 금융학 교수는 "기업의 보상체계는 매우 빠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하고 있고 주가도 알 수 없는 요인들에 의해 소용돌이친다"며 "인과관계를 특정짓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CEO 보수 산정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들이 이직을 할 때 더 많은 보수를 원한다는 점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로버트 켈리 뱅크오브뉴욕멜론 CEO의 경우도 그렇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신임 CEO로 거론됐던 그는 뱅크오브뉴욕멜론에서 받던 것보다 많은 보수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케시 쿠라나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경영학 교수는 "CEO들은 새 회사로 옮길 때 미래 보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마련이지만 이는 이직 대상 기업의 미래 기대 수익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여맥 교수는 CEO 보수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복잡한 만큼 다양한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보수산정위원회가 CEO에게 막대한 보상을 던져준 과거 실적이 운에 따른 것인지, CEO의 능력에 따른 것인지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경영진의 보수 규모에 따라 기업의 미래 실적이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것인지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맥 교수는 다만 이에 대한 진실을 알 길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금융위기를 통해 배운 건 무지(無知)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기업 보수산정위원회와 주주들은 CEO에게 주어진 막대한 보수 패키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해봐야 할 적기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투자 귀재' 워렌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보수산정위원들에게 무턱대고 독립성만 강조하기보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기업 경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상당한 주식을 보유하고 경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가 보수산정위원들이 외부 주주들을 위한 연례 보고서를 내야 하고 여기에는 경영진 보수에 대한 분석도 담겨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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