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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9 정치⑥] 정치권 압도한 '명품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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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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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7전8기가 안되면 8전9기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치하지 마라"
한나라 정몽준 대표 "당내 산소 공급이 안된다"
민주 정세균 대표 "우리 당은 이제 고아"
한나라 박근혜 전 대표 "정치는 신뢰"

소띠해인 2009년 기축년(己丑年)은 그 어느 해보다 말의 성찬(盛饌)으로 가득했던 한 해였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세종시 수정 논란, G20 정상회의 유치, 국회 내 여야 대치 상황 등 끊이지 않은 사건·사고 속에 답답한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한 유행어와 어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한파 속에 올해도 역시 언어의 유희는 정치권이 압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화합'의 유지를 남기고 세상을 떴지만 여야 정치권은 올해도 어김없이 고질적인 당파싸움을 지속하며 전투 용어를 양산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2개월 전인 올 3월 "정치하지 마라.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더 크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린 데 이어, 유서에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며 빈소에서 오열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영결식 조사에서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을 영전에 바쳐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우린 세계에 유례가 없는 특수관계였다"며 평생 협력자이자 경쟁자였던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했다.

두 전직 대통령을 잃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우리 당은 이제 고아(孤兒)"라고 했다.

불굴의 의지로 현대사의 질곡을 건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기에서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낙관론을 남겼다.

이명박 대통령은 3월 9일 용산참사 추모 시위대의 경찰관 집단폭행 사건에 대해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한탄했다. 7월 '스폰서' 논란을 일으킨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면서 "허물이 있을 수 있지만 청문회에서 거짓말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8월 나로호 발사가 실패했을 땐 "7전8기가 안 되면 8전9기로 한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하자"고 했고, 9월 G20 정상회의 유치가 결정되자 특별기자회견에서 "이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9월3일 정운찬 당시 총리 내정자는 "세종시는 경제학자인 내 눈으로 볼 때 효율적인 모습은 아니다"며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원안대로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해 세종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정 총리께서 뭘 모르시는 것"이라고 말해 파란을 일으켰다.

수정론자들은 "국가 백년지계"란 말을 즐겨 쓴 반면, 원안 고수론자들 사이에선 "정치는 신뢰" "원안 플러스 알파"라고 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 유행어처럼 돌았다.

돌아온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9월30일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나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 쓰는 일이라도 할 것"이라고 취임 각오를 밝혔다. 또 이 위원장이 묵은 민원들을 잇달아 해결하자 세간에선 '이재오 로또'라는 말까지 생겼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100일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여당이 친이·친박 등 계파로 나뉜 것을 빗대, "당이 칸막이에 막혀 산소 공급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예결위원들 사이에선 예결위 회의장 점거 농성 사태가 며칠째 이어져 '예산민원'을 해결하기 어려워지자 "꿀(지역구 예산 등) 따러 꿀통 옆에 왔다가 벌에 쏘인 신세가 됐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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