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는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사태가 결국 모피아로 상징되는 '관치'와 '무소불위'에 비견되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의 한판 대결이 될 태세다.
물론 그 중심에는 강정원 회장 내정자가 있다.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금융감독당국의 견제에도 KB금융이 회장 선임을 강행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일단 강 회장과 KB금융의 승리로 끝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사전검사를 카드로 들고 나왔다. 일반적으로 3~4일이면 끝냈던 검사를 1주일에 걸쳐 진행했고 금융감독원에서 내노라하는 '특급' 검사관들이 총출동했다.
부서장급 12명의 개인컴퓨터와 이사회 관련부서의 캐비닛을 통째로 들고간 것은 그나마 애교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의 운전기사까지 면담한 것은 업무가 아닌 강 회장 개인의 사생활까지 들쑤시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사를 통해 이미 지난 2월 불거졌던 사외이사들의 비리만 재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내부에서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투서가 전달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금감원의 사전조사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불케하는 것이었다.
금융당국의 불만은 KB금융이 말을 잘 듣지 않았다는데 있다. 회장 선임을 뒤로 늦추라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들이 선임 일정을 강행한 것에 '뿔'이 난 것이다.
당국의 시각에서 강 회장이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수장 자리를 5년이 넘도록 이끌고 있는데다 KB금융의 회장 자리까지 꿰찬다면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염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사외이사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재확인된 사실이라고는 하지만 일부 사외이사가 자신과 관련이 있는 업체의 특혜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잘못된 처사다.
무소불위에 비교될 만큼 막대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부분도 투명한 경영을 위한 견제세력이 되야 한다는 사외이사제의 본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최종 승리는 결국 금융당국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KB금융 이사회 내부에서는 금융당국의 표적수사로 여론이 악화된다면 사퇴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자리를 내놓는다면 강 회장 역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사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신관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 과연 금융시장을 위한 일이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강 회장이 국민은행을 이끌면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경영으로 적절히 대처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현 행태는 경영 성과와 최고경영자에 대한 자질을 묻는 것이 아닌 감정적인 골에 따른 조치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KB금융 '손보기'가 성공하더라도 금융당국은 두고두고 뒷말에 시달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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