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연비·친환경인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늘면서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치열한 연비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유가 급등, 정부의 환경 관련 자동차 규제 강화 등으로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친환경’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세계 38개 주요 국가에서는 준중형급(C세그먼트)인 소형차 판매 비중이 늘어난 상태다. 미국은 올해 1~9월까지 준중형급 이하 소형차 판매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 증가했다. 유럽 역시 환경규제 강화로 2007년 이후 소형차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 1600cc이하급 중·소형 차량을 위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현대차도 올해 해외 생산량 150만대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고연비차 수요, 갈수록 증가
각국 정부의 지원책 등으로 증가했던 고연비 소형차 수요는 단기적으로 감소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판매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미 유가나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CO2 배출량을 제어하는 환경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 향후 고연비 차량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민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소형차 판매 비중은 경제가 회복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감소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회복에 따른 고유가 추세 재연과 신흥시장 확대,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 여파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연비도 좋은 저가차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 A.T.커니는 2007년 1.3%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던 세계 저가차 시장이 올해 260만대, 4.5%의 점유율에서 2015년에는 점유율 8.2%, 710만대 수준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가차는 일반적으로 1만 달러 이하 차량을 말한다.
저가차는 기능을 단순화하고 혁신적인 개발 방식을 도입해 생산이나 조달의 현지화 등으로 생산비용 절감에 앞장서고 있다. 타타의 나노(2000달러) 경우 리터당 20km를 주행할 수 있는 높은 연비도 실현했다. 타타·르노 등의 기존 저가차 생산업체 외에 중·대형차 생산 업체인 GM·포드 등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 차급별 비중 변화 추이 |
하이브리드차도 연비전쟁에 가세한다.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혼다의 인사이트는 이미 양산경쟁 중이다. 프리우스의 연비는 리터당 최대 38km까지 갈 수 있는 수준이고, 혼다 인사이트의 공인 연비도 리터당 30km에 육박한다. 이들의 경쟁은 일본 다음으로 하이브리드 차 최대 수요처인 미국 시장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도요타는 2010년 하이브리드 차량 연간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삼고 있다. 혼다도 연간 50만대 이상 판매 목표에 저가 하이브리드차도 출시할 계획이다.
포드는 2009년 출시된 신 모델 퓨전 하이브리드로 도요타와 혼다가 장악하고 있던 하이브리드 세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미 지난 7월과 9월에는 혼다를 제치고 하이브리드시장 월 판매 2위에 올랐다. 닛산과 스즈키는 물론 BMW·폴크스바겐·푸조도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한다. 현대차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내년 미국 시장에 YF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출시,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경제위기와 고유가 상황이 신흥시장의 중소형, 저가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을 가속화시켰다”며 “이런 현상은 내년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훈기·이정화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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