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은지점 달러 유출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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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2-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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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권 "당국규제 필요하다" 금융당국 "부작용이 더 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지점(외은지점)을 통해 순유출한 외환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외은지점이 국내 외환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며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및 통화 당국은 현재 상황서 규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 9월까지 1년간 외은지점을 통해 순유출 된 달러는 244억2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이는 이 기간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순유출 규모 363억1300만 달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로, 결국 대부분의 달러가 외은지점을 통해 빠져나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차입이나 부채를 축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외은지점이 투자은행(IB) 등에 빌린 차입금을 갚았기 때문에 달러가 큰 폭으로 순유출 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설명대로 금융위기 초기에는 외은지점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투자한 달러를 회수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진정된 이후부터는 증시 상승에 따른 투자와 차익 실현이 활발해 달러 순유출 규모가 커졌다.

실제로 달러 유출입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136억5200만 달러 순유입된 뒤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 4분기과 올 1분기 각각 243억5900만 달러, 28억7100만 달러 순유출됐다. 그러다 증시가 살아나던 올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17억6900만 달러, 10억4100만 달러 순유입 됐다.

외은지점은 본점에서 단기로 달러를 빌려 국내 채권이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고 이를 다시 본국으로 송환해 그동안 단기외채 급증 및 외환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외은지점의 단기외채는 2005년 233억700만 달러에서 2006년 518억3500만 달러로 2배 이상 급증한 뒤, 2007년(793억4500만 달러)에도 300억 달러 가까운 상승세를 그렸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해 말에는 677만9900만 달러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결국 외은지점을 통해 달러가 한꺼번에 이탈되자 국내 은행들은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세를 탔다.

이에 따라 외환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외은지점의 달러 유출입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은지점이 본점에서 싼값에 달러를 조달해 국내에서 유통시키며 적잖은 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외은지점을 통해 외환 유출입 규모가 커지면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외은지점에 대한 규제는 실효성이 없고 외국인들의 불신을 불러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외환건전성 제고 및 감독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외은지점에 대해서는 유동성 비율 규제 등 직접 규제는 적용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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