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전 'MADE IN KOREA'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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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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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국내 컨소시엄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 사업 수주로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정부는 원전 수출의 교두보를 만들었다며 한층 고무된 분위기다. "단군 이래 단일규모 최대 프로젝트", "1조달러 클럽 가입" 등 수식어가 넘쳐 흐른다.

물론 지구상의 최고의 고난도프로젝트인 원자력발전소를 패키지로 수주한 사실은  한국 건설사에 획기적 사건이며 세계속의 한국건설의 위상을 드높인 쾌거다.

그러나 보다 냉정해보자. 이제는 장미빛 전망보다, 그리고 부풀리기식 수주규모보다는 고부가 핵심 원천기술과 설계 보유, 전문 인재의 확보에 매진할 때다.

수주에는 성공했으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가 수출할 신형경수로(APR-1400)는 최종 준공이 되지 않은 기술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운영 경험이 축적되기에는 수많은 세월이 필요하다.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건설 중인 국내 원전 건설에 완벽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

일부 핵심기술의 외국 업체 의존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번 원전 건설에는 일본 업체인 도시바와 자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펌프기술과 증기터빈 기술 등을 도입돼야 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도시바가 가져갈 라이선스료만 약 200억엔(약 2560억원) 선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주요 핵심기술에 대한 기술 자립이 이뤄진 '토종 신형 원전' 개발을 종전 2015년에서 2012년까지 조기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로열티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 원천기술과 유지관리 프로그램, 핵연료 재처리 부분의 기술 개발도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해외건설시장에서 한국건설기업의 단골 메뉴인 '덤핑수주'가 또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UAE에 제안서를 낼 때 공기를 6개월 단축하고 사업비도 10% 깎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플라만빌 원전 등 건설 중인 원전에서 공기 지연과 예산초과로 공사비 증액이 빈발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수주에만 불을 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정부가 추산한 400억 달러 가운데 2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운영 지원 부분은 수주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건설 등 프로젝트의 순 계약액도 미확정이다.  외형부풀리기 논란을 당국은 잠재워야 한다.

한국형 원전의 수출은 글로벌 건설강국의 서막이다. 장한 일이다. 이제는 외형지상주의가 아닌 고급 인력 양성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로드맵의 마련과 실행에 나설 때다. 원전의 핵심 기술·설계의 'MADE IN KOREA', 샴페인은 그 때 터트리자.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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