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활성화 추진?… 세금납부 기준부터 '체크'

정부당국이 국세·관세 카드 납부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장려돼야 할 체크카드가 오히려 천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체크카드의 특성을 무시한 현재의 수수료율과 납부한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카드업계 및 정부당국에 따르면 국세청과 관세청은 내년부터 현행 1.5%보다 0.3%포인트 내린 1.2%의 국세·관세 카드 납부대행수수료를  적용한다. 카드 납부 한도도 현행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체크카드를 통한 국세·관세 납부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한해 카드로 납부된 국세는 총 2081억6200만원이다. 전체 카드 이용액의 7~8% 정도가 체크카드 결제액임을 감안할 때 전체 국세 카드납부액 가운데 160억원 정도가 체크카드 납부액인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정부당국이 국세와 관세 납부대행수수료율과 납부 한도를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

체크카드는 계좌의 잔액 한도 내에서만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비용이나 대손비용, 채권회수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반 가맹점의 평균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1.92%로, 신용카드 수수료율 2.22%보다 0.3%포인트 낮게 책정되고 있다.

체크카드에 납부 한도도 정해 두었다. 상식적으로도 체크카드는 은행 계좌 한도 내에서만 쓸 수 있기 때문에 계좌 잔액 내 결제 금액이라면 한도를 별도로 설정할 이유가 없다. 

정부 당국이 납부한도를 정한 것은 신용카드 때문이다. 신용카드는 카드사가 정부에 납세액을 입금하는 날과 회원으로부터 결제액을 받는 날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시에 많은 국세 카드 결제액이 몰릴 경우 카드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납부 한도를 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체크카드는 결제와 동시에 계좌 잔액에서 결제액이 빠져나가는 시스템인데도 신용카드와 똑같은 납부 한도를 정하고 있다.

이는 정부당국이 신용카드 중심으로만 카드 납세 확대 정책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카드사와의 협상 단계에서부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구분하지 않고 신용카드만을 대상으로 수수료율과 납부 한도를 정한 것이다.

정부당국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체크카드 이용자가 많지 않고, 수수료가 부담스러우면 체크카드로 내지 말고 현금으로 인출해서 내면 되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크카드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체크카드는 거의 배제하고 정책을 짰다"며 "카드 납세 정책은 금액이 큰 세금을 당장 납부하기가 어렵거나 할부로 나눠서 내려는 납세자를 배려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당국의 이같은 정책은 거래 비용이 낮은 체크카드를 활성화시키자는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수료를 구성하는 원가가 다른데 같은 수수료율을 책정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더군다나 일반 가맹점 수수료와 달리 국세는 고객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선임연구원은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 물가 인상을 억제하고 신용카드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을 낮추는 차원에서 체크카드 소득공제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정책과도 방향이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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