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지난해 행보는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연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정 회장은 유럽과 인도, 미국 중국을 오가며 글로벌 판매확대에 매진한 결과 전 세계 자동차의 격전장인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 2%나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9월까지 모두 41만2399대를 팔며 전년 동기 대비 40%나 실적이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약진을 거듭하자 세계적인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지난 연말 '2010년 파워리스트(2009년 자동차 산업의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 정 회장을 3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2008년 조사에서 40위에 불과하던 정 회장의 영향력이 불과 2년만에 '빅3'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의 진짜 도전은 올해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소형차 시장 확대로 인해 소형차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새해에는 폴크스바겐·도요타·GM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모두 소형차 부문을 강화하고 나섬에 따라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폴크스스바겐의 스즈키 인수, 푸조시트로앵의 미쓰비시 인수 등 세계 자동차 업계의 합종연횡 열풍 속에서 현대·기아차가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당장 5일 고로의 화입식을 여는 일관제철 사업의 조기 정상화도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정 회장이 이 같은 고비를 이제까지와 같은 뚝심으로 극복해 낸다면 현대·기아차 그룹은 세계 산업계 역사상 유례없이 철강과 완성차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낸 기업이 된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위상도 '세계 1위'가 될 것이 틀림없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1973년 쌍용그룹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2001년 워크아웃 중이던 쌍용중공업(현 ㈜STX와 STX엔진)을 20억원에 인수해 잇단 인수·합병(M&A로)으로 불과 8년 만에 재계 순위 12위에, 매출 28조원의 대기업 총수로 변신해 '샐러리맨 신화'를 이룩했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STX그룹과 강덕수 회장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두 축인 해운업과 조선업이 동시에 불황에 빠져드는 와중에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강 회장은 새해에는 에너지∙건설∙플랜트사업를 확대 발전시켜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한편 미개발 자원부국 개척에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새해에는 해외 신시장 개척,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경영 혁신 시스템 구축, 핵심 원천기술 확보, 글로벌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실제로 STX그룹은 주력계열사인 STX팬오션이 지난해 영국ㆍ중국ㆍ홍콩ㆍ싱가폴ㆍ미국ㆍ일본 등 세계 무역ㆍ해운ㆍ금융의 핵심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무역협회 회장 출신인 이희범 에너지부문 충괄 회장을 에너지ㆍ중공업부문 총괄 회장으로 내세워 에너지와 플랜트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에너지 개발-조선소 건설-자원 운송으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개발사업을 그룹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또 강 회장은 내부 시스템 및 조직·인사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그룹의 씽크탱크를 보강해 글로벌 일류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경영시스템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이 같은 사업구도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1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강 회장의 비전이다.호랑이의 해에 창업 10년을 맞이하는 호랑이 띠 CEO 강덕수 회장이 STX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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