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4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워크아웃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동반 부실 위기에 처했던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항공은 일단 워크아웃 대상에서 제외돼 자제 정상화를 추진하게 됐다.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워크아웃 결정
애초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추진했던 금호석유화학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아시아나항공도 자율협약 대상에 포함됐다.
금호그룹으로서는 지주회사 격인 금호석유화학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그룹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갈 수 있는데 이를 피한 것이다.
그동안 채권단 주도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하려면 금호석유화학을 워크아웃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금호 측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율협약의 형식이라도 채권단은 금호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석유화학과 핵심 계열사로 빚이 많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호그룹의 자율 구조조정이 미흡하면 워크아웃으로 다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금호, 그룹 경영권 유지..오너 사재출연
경영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박삼구 명예회장 등 금호그룹 오너가는 사재를 출연하게 됐다. 문제는 그 규모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채권단으로부터 출자전환 방식으로약 2조~3조원 대의 자금지원을 받게 되면 총수 일가도 부실 경영 책임과 고통분담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박삼구 명예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사재를 출연한다 해도 그 규모는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호석화는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회장 등 총수 일가가 현재 48.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박삼구 명예회장 등 총수 일가는 대부분의 사재를 계열사 주식 형태로 보유하고 있고, 보유 지분의 상당 부분이 담보가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명예회장은 금호석화 지분 5.30%와 금호산업 지분 2.14%를 보유하고 있고, 주가가 최근 크게 떨어져 주식 가치는 38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박 명예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전 회장은 금호석화 지분 9.44%를 갖고 있고 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가 금호석화와 금호산업 지분을 6.66%와 1.45%씩 보유하고 있다.
박찬구 전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도 금호석화와 금호산업 지분을 9.03% 보유중이고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경영전략본부 부장은 금호석화 11.96%와 금호산업 3.59%를 갖고 있다.
총수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한다 해도 3천억원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박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회장은 '형제 갈등'으로 소원한 상태여서 박찬구 전 회장이 사재 출연에 선뜻 나설지도 의문이다.
◆석화·항공·대한통운 중심 사업재편
워크아웃 신청은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려는 그룹의 전략적 방안이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채무 상환 유예나 금리 감면 등을 해주거나 출자전환 조치를 할 수 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출자전환이 진행될 경우 그 규모는 2조~3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산은이 제시한 주당 1만8000원에 대우건설을 팔고 확보한 2조원과 합해 대우건설 풋백옵션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경영권은 지키면서 채권단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공동으로 관리하되, 빠른 시일 내에 재무구조를 개선, 워크아웃을 졸업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을 원하는 채권단들은 금호석유화학과 대한통운의 워크아웃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확정안에는 이 두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신청은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측은 대한통운은 자금흐름이 원활한 우량기업이며, 금호석화의 경우 지주회사로 워크아웃이 진행 될 경우 그룹의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로 두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은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을 통해 시급한 상황은 잠재운 뒤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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