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주총연기 논의..관치부활 우려


KB금융
지주 이사회가 갑작스레 간담회를 열어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 연기 문제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관치금융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의 임시 주총 연기 검토가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사 이후 외압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강한 KB금융 이사회마저 관치에 휘둘려 주총을 무산시키면 차기 KB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강정원 행장이 사퇴 표명을 할 수도 있어 금융산업 전반에 관치금융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31일 간담회를 열어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연기하는 방안 등 각종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이달초 만장일치로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차기 회장에 추대했으며 임시 주총은 강정원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하는 자리다.

금융업계는 KB금융 이사회가 오래전에 공시까지 한 임시 주총 일정의 연기를 급박하게 논의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KB금융 주식을 보유한 24개의 자산운용사가 이미 강 행장의 회장 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해 찬성한 상태이기에 더욱 그렇다.

상당수 KB금융 사외이사들도 주총을 연기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총 일정의 연기는 회장 선임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 경제관료 출신 후보들이 공정성을 문제 삼아 후보를 사퇴하자 KB금융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후보 면접 전에 공정성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당시 사외이사들은 진행 과정 등을 사전에 충분히 알렸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면접을 거쳐 만장일치로 강 행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KB금융 한 사외이사는 "간담회에서 회장 선임 과정에서의 논란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하고 조직 안정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토론할 것으로 보인다"며 "회장 선임 과정에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주총 연기를 논의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B금융 이사회의 주총 연기 검토는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KB금융 이사회가 금융 관료 출신인 두 후보의 사퇴 이후로도 회장 후보 선임 절차를 강행한 뒤 당국은 KB금융과 이사회에 대해 사상 유례없는 고강도 조사를 단행했고, 이에 압박감을 느낀 사외이사들이 간담회를 열어 주총 연기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2월에 조사해 문제가 없다고 한 부분을 다시 조사하는 점 등이 사외이사들에게 부담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31일 간담회는 정식 이사회가 아니지만 이사 11명 전원이 찬성하면 이사회로 바뀔 수 있으며 과반수인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주총이 무산될 수도 있다.

주총이 무산된다면 강 행장이 회장 사퇴를 표명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회장 직을 포기하더라도 행장직을 유지할 수 있는 강 행장이 10개월 남은 행장 직까지 버리는 초강수를 둘 경우 관치금융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KB금융 사외이사와 임직원의 컴퓨터, 강 행장의 운전기사까지 조사하는 등 유례없이 고강도 조사를 단행한 것은 강 행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당국의 감독권 남용이라는 시각이 있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KB금융 인사에 관여하기 위해 우리은행장 시절 투자 손실을 사유로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려 금융계에서 쫓아낸 데 이어 강 행장도 사퇴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괘씸죄'에 대한 보복성 손보기가 이어지고 민간 금융회사 경영진이 줄줄이 낙마한다면 자율 경영은 사라지고 눈치 경영만 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일부 사외이사들이 당국 조사의 발단을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KB금융 이사회는 국내 은행이나 지주회사 이사회 구조 중 가장 선진적이고 독립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민간 회사의 경영자 선임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려고 하면 KB금융뿐 아니라 금융업계 전체에 심각한 후유증을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주경제=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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